보험사 곳간에서 잠자는 돈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보험사들이 저금리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 대기 중인 자금이 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런 현상은 자금 운용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손해보험사에서 두드러진다.
18일 금융통계정보시스템 및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국내에서 영업 중인 손해보험사의 전체 운용자산 대비 현ㆍ예금 및 예치금 비중은 6.58%(9조1,120억원)에 달한다.
이는 3월 5.26%에서 1.32%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자금 규모로는 3조7,368억원이다. 보험사들이 낮은 수익률로 재미를 보기 힘든 국공채 등에 투자하기보다는 예금과 현금,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돈을 묶어두고 대체투자처를 물색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는 금리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최근에는 저금리의 장기화 전망이 힘을 받으면서 대기자금이 늘었다. 국공채 투자비중이 같은 기간 7.59%에서 6.21%까지 떨어진 점도 단기대기자금의 증가를 우회적으로 대변한다.
한 대형 손보사 자산운용담당 임원은 "지난해부터 3개월 또는 6개월, 1년짜리의 단기예금 등에 묶어둔 돈이 많이 늘었다"며 "향후 저금리 추세가 심화될 것으로 보여 대체투자 등으로 빠져나갈 자원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생보사의 현ㆍ예금 및 예치금 비중은 같은 기간 2.81%에서 3.26%로 변동폭이 작었다. 이는 주력상품이 손보사에 비해 장기운용되다 보니 자산과 부채를 매칭해야 할 기간이 길어 꾸준히 장기채 등을 사야만 하는 형편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자금운용처의 고민이 적어 나타난 결과는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일부 중형 생보사의 경우 자산운용률이 80%대 중반, 더 나가 70%선까지 떨어진 곳도 나오고 있다. 한 중형 생보사 임원은 "대내외 불확실성과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운용자산에 대한 적절한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지만 장기채권의 공급 제한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단기투자상품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안투자와 외화채권투자를 검토하는 등 투자처 다변화를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