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IT한국-BT스위스 과학기술 협력 '시동'

우리나라가 인구대비 세계 최다 노벨상수상자를 배출한 스위스와 과학기술 협력을 대폭 강화키로 해 양국 공조에 관심이모아지고 있다. 양국 협력은 특히 IT(정보기술)와 기초과학, 생명공학, 제약 등의 분야에서 각각 정점을 이루는 과학기술강국의 공동보조라는 점에서 향후 과학기술은 물론 산업계 전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국내 과학계는 보고 있다. 스위스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제약 등 생명공학(BT) 부문과 한국의 IT가 합쳐질 경우 양국 모두가 강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과학계는 우선 4월초 서울에서 열리는 양국 정부의 제 5차 `한-스위스 라운드테이블'을 계기로 양국의 과학협력이 본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양국의 협상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공동연구센터 설립 등 협력 `물꼬' 우리나라와 스위스는 협력 초기단계인 만큼 공동연구센터(JRC)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인터넷을 통한 `가상(Virtual) 연구센터'를 가동하고, 차후 실제적인 연구센터로 확대 발전시켜 구체적인 연구성과를 이끌어낸다는 게 과기부와 스위스 양국의 전략이다. JRC의 기능이 활성화될 경우 기초과학분야에서 양국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마이크로와 나노재료 및 시스템 분야의 협력이 JRC를 통해 본격화될 수 있을 것으로 과학계는 보고 있다. 스위스가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 운영중인 `과학영사관(Science House)'의 국내 진출도 관심 대상이다. 과학영사관은 민간부문의 과학교류 협력을 관장하는 기관이어서 국내 유치가 성사될 경우 정부 중심의 공조를 민간부문으로까지 확대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것으로 국내 과학계는 보고 있다. 현재 과학영사관 설치문제의 경우 예비 협상단계에서 건물 확보문제 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으나 양국 정부의 협상 창구인 `라운드테이블'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전망이어서 협상결과가 주목된다. 양국은 또 중장기적으로 생명공학(BT)과 정보통신, 네트워크 분야의 협력을 강화해 향후 10년안에 상용화가 가능한 신기술을 공동개발하는 방안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상호 과학기술협력협정을 체결, 광범위한 교류협력의 틀을 마련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심도있는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과기부 관계자는 "스위스가 조류 인플루엔자(AI) 치료제 `타미플루' 등으로 상징되는 유럽의 BT강국임을 감안, 생명의학.공학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IT기술 분야에서도 협력하는 등의 다각적인 협력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 유수 대학.연구소 산재.."협력가치 충분" 스위스는 기초과학과 정밀기계, 생명공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과시하고있는 전통적인 과학기술 강국. 600만∼700만명의 적은 인구에도 불구, 지금까지 모두 2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배출할 만큼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유럽지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탁월한 능력을인정받고 있다. 여기엔 중앙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는 로잔 연방공과대학(EPFL)과 취리히 연방공과대학(ETHZ),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칸톤)가 지원하는 대학 등이 포진해 있기에가능했다는 게 스위스 정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전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컴퓨터 주변기기 마우스의 50%가 로잔 연방공과대학(EPFL)이 지원하는 첨단기술업체 로지텍의 `작품'일 만큼 업계에 미치는 EPFL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평가다. EPFL은 최근엔 태양열을 동력원으로 하는 초대형 항공기 제작과 관련, 80m에달하는 항공기 날개에 태양전지를 장착하는 작업과 기체의 중량을 덜기 위한 초경량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해 또 한차례 지구촌을 놀라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대학은 이처럼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닌 연구기관으로 운영되는게 특징. 각기 개발한 첨단기술은 사이언스파크(EPFL) 등 전문기관을 통해 벤처업체 등에신속히 이전되는 등 대학의 연구와 기술이전이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신기술을 신속히 상용화함으로써 시장 선점경쟁에서우위를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입자물리학 연구의 메카인 유럽 입자물리연구소(CERN) 역시 스위스에 자리잡고 있어 한-스위스의 기초과학 분야 협력에서도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질 수 있을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954년 스위스 등 유럽 9개국이 공동 창설한 CERN은 총연장 27㎞의 세계최대 입자가속기(LEP)를 보유, 현대 물리학의 주요과제인 미립자 세계를 탐구하는데 선봉에 서 있는 연구소로 특히 인터넷의 대중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월드와이드웹(WWW)'을 탄생시킨 곳으로도 유명하다 우리나라는 CERN의 비회원국이지만 오는 6월께 공식 협정을 체결, 입자 물리와GRID(그리드) 분야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스위스 대학.연구기관 `전면 개방' 세계적인 과학기술 강국의 배경에는 스위스 정부가 집중 육성하고 있는 유럽 최고의 ETHZ, EPFL 등 유수 대학 외에 개방적이고도 유연한 스위스 특유의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그만큼 과학기술 협력의 범위가 넓어질 수 있고, 다양성에 기초한 성과도 극대화될 수 있다는 게 스위스 정부의 설명이다. 일각에서 두뇌유출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게 사실이지만 개방을 통해 다양하고도 탄탄한 연구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스위스 대학의 경우 전체 학부생의 15%가 외국인 출신이다. 고등교육기관으로 갈수록 외국인 비중은 더욱 높아져 박사후 연구원(Post-doc)의 경우 외국인비중이 전체의 50%에 달한다. 외국인 교수진의 비중도 전체의 35%를 차지할 정도. 따라서 국적도 다양한 편이다. EPFL의 경우 한국인 학생을 포함, 무려 107개 국적의 학생들을 거느릴 만큼 대외적으로 매우 개방적인 입장이다. 첨단기술 이전에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일부 국가들과는 정반대의 양상이다. 특히 최근에는 대학원 과정 강의의 경우 독일어와 프랑스어 등 공용어에서 탈피,과감히 영어로 진행하는 등 발빠른 변신을 시도하며 각국의 과학인재 확보에 전력을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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