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표준이 힘이다] (40) 곡물 수분측정

수분함량따라 무게 달라져 <BR> 무역거래 중요이슈로 부상

쌀의 수분 함량을 측정중인 곡물수분계

얼마 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자국의 곡물 수출업자들이 무게를 늘리기 위해 곡물에 물을 먹이고 있으나 이에 항의하는 나라는 불과 몇 나라뿐이라고 보도했다. 결국 수입국에서 곡물 수분측정 체계가 확립돼 있지 않아 물 먹인 곡물을 검증하지 못한 대가로 비싼 돈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곡물의 수분측정은 곡물의 품질 및 공정한 상거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요즘 수확되는 벼는 주로 (건조되지 않은) 산물벼 형태로 산지에서 직접 미곡종합처리장(RPC)에 입고되며 15% 이상의 수분을 함유한 벼에 대해서는(예를 들어 20%는 5%에 대해) 그만큼의 수분값을 제하고 벼값을 지불하게 된다. 이때 수분측정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면 분쟁은 불가피하다. 국내 벼 생산량이 500만톤에 이르므로 수분함량이 1% 잘못 측정된다면 농가와 소비자간에 약 1,000억원의 손익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쌀의 수분측정에 사용되는 규격은 국제표준기구(IS0)ㆍ국제법정계량기구(OIML) 등과 같은 국제적인 규격과 함께 ASTMㆍJISㆍKS 등 각 국가별로 정해 자국 형편에 맞게 사용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국가간의 건전한 무역거래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표준규격으로 한국ㆍ일본ㆍ중국은 105도에서 5시간 건조법을, 다른 아시아국들은 130도에서 2시간 건조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두 방법간에는 수분값에 0.3~0.5% 차이가 있다. 이는 앞으로 쌀시장 개방 확대에 따른 국제간 무역거래에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현재 국제법정계량기구에서는 쌀 수분측정에 대한 국제규격 제정 및 개정을 쌀 주요 생산지역인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담당할 것을 권장했고 이에 아시아ㆍ태평양 법정계량포럼(APMLF)의 주관하에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한편 벼도 살아 있는 생물이기 때문에 저장조건에 따라 호흡 등을 통해 자체적인 변화를 일으키며 병균이나 해충의 침해를 받게 된다. 저장과정에서 수분과 온도가 높을 경우 벼는 호흡과 미생물의 활동 증대로 양적ㆍ질적 손실이 커지고 쌀알 내의 화학적 변화까지 유발한다. 따라서 저장 중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벼의 호흡이나 미생물의 활동을 억제할 수 있는 수분함량(15%)과 온도(15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쌀의 수분 관리는 공정한 상거래뿐 아니라 품질관리 면에서 필요하다. 국내 쌀시장 개방 확대와 삶의 질 향상 추세에 맞춰 고품질 쌀을 통한 경쟁력 확보 및 국내 쌀산업의 보호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수분측정의 관리가 필요하며 이는 일원화된 국가적 수분측정 표준체계를 확립함으로써 가능하다. 후원:한국표준과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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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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