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경기] 외신·글로벌IB 말바꾸기로 '이익 챙기기' 악용

외국인 매매패턴 따라 수시로 뒤집어<br>외국인 매수세 늘자 긍정적 방향으로 급선회<br>영업적 측면서 내놓기도… "일희일비 말아야"


최근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시장 매수규모가 확대되면서 외국계 증권사를 비롯한 외국계 기관의 한국시장 전망도 180도 달라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 1, 2월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할 때는 비관적인 전망을 잇달아 내놓으며 주가하락을 부추겼다. 그러나 3월부터 증시가 상승 국면으로 돌아서자 ‘언제 그랬냐는 듯’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하며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계 기관의 전망에 따라 매매 패턴을 달리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외국계 보고서들의 경우 대체로 외국인의 매매 패턴에 따라 방향이 좌우되는 만큼 지나치게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외국계, 한국시장 전망 수시로 뒤집어=골드만삭스는 지난달 초 코스피지수가 ‘단기적’으로 735포인트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코스피지수가 급락할 확률보다는 추가적인 상승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결국 이 보고서는 헛다리를 짚을 공산이 커졌다. BNP파리바 역시 지난달 초 올해 코스피 목표주가를 1,100포인트로 제시하고 한국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은 ‘비중축소’를 유지했다. 그러나 최근 코스피 목표치를 1,450으로 뒤늦게 올렸다. 크레디트스위스(CS) 역시 코스피 목표치를 1,500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불과 한달 사이에 입장을 바꾸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지난달 초 12개 외국계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내 투자의견을 보면 6곳이 비중축소를 견지해 비중확대(5곳)보다 우세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외신의 부정적인 보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월 외신들이 환율불안과 외환보유고 등을 문제 삼아 ‘한국 때리기’에 나서며 ‘3월 위기설(說)’을 부추겼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정작 3월 들어서는 외환시장이 안정되고 경기까지 개선될 조짐을 보이자 잇달아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 더욱이 증시가 반등세로 돌아서자 외국계 증권사들은 허겁지겁 ‘매수’로 급선회했다. 외국계 증권사를 비롯한 외국계 기관이 신뢰를 잃고 있는 데는 삼성전자 같은 초우량 기업에 대한 전망도 극과 극으로 엇갈리기 때문이다. 현재 씨티그룹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81만원으로 보는 반면 메릴린치는 41만원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는 60만원대에 달한다. ◇외국인 매수세 늘자 긍정적인 방향으로 선회=외국계 기관의 국내 증시 전망이 수시로 뒤집어지는 데는 외국인의 매매 패턴과 연관이 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국내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일 경우 우호적인 보고서를 내는 반면 그렇지 않을 때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 일쑤다. 실제로 지난해 외국인의 순매도가 거세게 이어졌을 때 외국계 증권사들은 하루가 다르게 ‘목표 주가 후려치기’에 나서며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배경 논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3월부터 외국인들이 ‘바이 코리아’에 나서자 외국계 증권사들은 국내 증시와 기업에 대해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이후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4조원어치를 순매수했다. 17일 역시 유가증권시장에서만 4,3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기도 했다. 4월 들어 외국계 증권사들의 경우 15개 정도의 국내 기업 보고서를 내놓았는데 이 가운데 1~2개 기업을 제외하고는 목표주가를 올리는 데 치중했다. 국내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시가 예상과 달리 급등하면서 상당수 외국계 증권사들이 뒤늦게 목표가 올리기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불과 한두달 사이에 한국증시에 대한 시각이 ‘비관론’에서 ‘낙관론’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익 챙기기 치중…일희일비할 필요 없어=외국계 증권사 등 외국계 기관의 국내 시장 및 기업 분석이 장기적이고 논리적이기보다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매매 패턴에 따라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자 비난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한국의 주식 및 외환시장은 시장규모, 거래 활성화 등에서 투기세력이 단기 매매를 노리기 좋은 곳이라는 측면에서 외국계의 리포트 역시 이 같은 메커니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증시 밸류에이션에서 벗어나 외국인의 매매 패턴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짙다”며 “특히 영업적인 측면에서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는 경우도 많아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고위관계자도 “외국인 투자가들의 매매 패턴과 동떨어진 증시 보고서를 내기는 힘든 게 사실”이라며 “최근 예상보다 외국인 매수세가 강해지면서 한국증시에 대해 긍정적인 보고서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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