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자본시장의 돌파구 헤지펀드] "프라임브로커 많을수록 유리" 리먼파산 이후 다중계약 성행

하나의 헤지펀드는 꼭 하나의 프라임 브로커와 계약을 맺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대형 헤지펀드들은 대부분 여러 프라임 브로커와 다중 계약을 맺는다. 물론 골드만삭스, JP모간,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전세계를 아우르는 종합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론 1:1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투자 위험을 분산시켜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프라임브로커와의 계약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FX콘셉트다. 운용순자산 규모가 78억달러에 달하는 FX콘셉츠는 도이체방크와 BNP, 시티뱅크 등 세계 10위권 프라임브로커를 모두 활용하고 있다. 계좌별로 자산을 나눠 위험을 분산시키고 궁극적으로 투자자들의 이익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다중계약이 활성화된 데에는 리먼 브러더스 파산의 영향이 컸다. 제임스 다이난 요크캐피털 회장은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헤지펀드 회사들이 한곳의 프라임 브로커와 계약을 맺기 보다는 여러 회사와 계약을 맺는 것이 일반화됐다”며 “고객들 역시 프라임 브로커 수가 많은 회사를 더 신뢰한다”고 설명했다. 요크캐피털은 현재 7개의 프라임 브로커와 계약을 맺었다. 처음에는 베어스턴스 한 곳만 택했지만 현재는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대형 프라임 브로커들과 계약을 맺은 상태다. 다수의 프라임 브로커와 계약을 맺었을 때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무엇일까. 아시아 롱숏 에쿼티펀드를 운용하는 매튜 장 리치몬드 아시아 대표는 각각의 프라임 브로커에 가격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또 각 서비스별로 강점을 가진 프라임 브로커를 골라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저렴한 가격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 브로커를 골라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프라임 브로커를 선정할 때 이들이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얼마나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도이치방크를 프라임브로커로 두고 있는 싱가포르의 트러스톤 자산운용은 프라임브로커의 종합적 역할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무광 트러스톤자산운용 포트폴리오매니저(PM)는 “가장 중요한 프라임 브로커 평가 기준은 대차 물량이 풍부하고 활발한 유동성 공급이 가능한지 여부지만 이밖에 여러가지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며 “리스크 관리부터 회계 등 여러 능력들을 갖춘 프라임브로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에서 프라임 브로커가 강점을 가지려면 적어도 한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 시장과 관련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매튜 장 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리먼브러더스 프라임 브로커리지 부문을 인수했던 노무라는 현재 아시아 시장을 전문으로 경쟁력을 높였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며 “(한국의 프라임브로커도) 지금으로선 아시아 시장에 특화시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남우 BoA메릴린치 전무는 프라임브로커 산업에 대해 연예산업과 똑같다고 설명했다. 프라임브로커의 네트워크와 시장 발굴 능력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 전무는 “프라임브로커 산업은 강력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장벽을 높이고 정보를 공유하는 매우 폐쇄적인 분야”라며 “한국 증권사가 진입하기 위해서는 적정 규모를 만들거나 오랜 업력을 확보하는 등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가능성 있는 헤지펀드를 미리 알아보고 키우는 것 역시 프라임브로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무는 “신인 발굴 능력은 대형 프라임브로커 중에서도 몇 군데만이 잘 하는 분야”라며 “이는 오랜 노하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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