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상적자 150억달러/수출 개선조짐 없어 “회의적”

◎엔저 지속에 반도체 국제가격도 제자리/일부 실무자들 조차 “자신없다” 표정역력올해 경제운영계획을 짜면서 청와대와 재정경제원, 통상산업부 실무자들은 경상수지 적자규모를 둘러싸고 적지않은 실랑이를 벌였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측은 2백30억달러로 추정되는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를 최대한 절반가까이 줄이도록 주문했지만 재경원은 올해 적자가 2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이를 1백40억∼1백60억달러로 줄이는 것조차 벅차다고 맞섰다. 재경원과 통산부는 무역수지와 무역외수지 적자중 어느 쪽을 적게 잡느냐를 놓고 한바탕 신경전을 벌였다는 것. 결국 올해 경상수지 적자 억제목표는 무역수지 80억달러(국제수지 기준), 무역외수지 73억달러, 이전수지 7억달러등 총 1백60억달러수준으로 적자규모를 억제한다는 내용으로 얼기설기 짜맞춰졌다. 당초 전망치가 무역수지 1백10억∼1백20억달러, 무역외수지와 이전수지 90억달러였으므로 무역수지는 전망보다 30억∼40억달러, 무역외 및 이전수지는 10억달러씩 각각 줄여잡은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목표에 대해 각 부처 실무선에선 계획을 입안한 장본인들조차 자신없는 표정이 역력하다. 먼저 무역수지의 경우 국제수지 기준으로 적자를 80억달러로 줄이려면 통관기준 적자를 지난해 2백3억달러에서 올해 1백40억달러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통산부는 이 목표에 맞춰 올해 수출은 1천4백20억달러, 수입 1천5백60억달러로 각각 잡았다. 이는 수출이 지난해의 1천2백98억달러보다 9.3% 늘어난 규모인 반면 수입은 지난해 1천5백2억달러에서 겨우 3.8% 증가에 그친 수준이다. 수출환경은 그다지 개선되지 않고 엔저 지속등으로 되레 나빠질 우려가 큰 상황이다. 더욱이 반도체 국제가격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9.3%라는 높은 수출증가율을 목표로 내건 것이다. 지난해 수출증가율은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8.8%였다. 일단 무역금융 단가인상, 수출착수금및 수출선수금 영수한도 확대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효과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정부가 역점을 둔 방향은 오히려 수입쪽이다. 올해 경제운영계획의 국제수지 적자 축소대책은 ▲에너지 절약시책의 강화 ▲소비생활 합리화 ▲외화지급경비 절약등으로 집약된다. 고에너지가격정책등 에너지절약시책을 통해 에너지 수입을 15억달러가량 줄이겠다는 계산이다. 올해 국제 원유가격이 하반기부터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도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해 에너지 수입액은 무려 2백억달러를 넘었다. 또 통상마찰을 우려, 표현을 순화시킨 소비생활 합리화는 따지고보면 호화 사치 소비재의 수입을 세무조사등을 통해 강력히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바닷가재등 고급식당의 수입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기업의 접대비 인정규모를 축소, 과소비의 자금줄 격인 기업의 접대문화를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무역외수지와 관련, 미성년자의 자비유학을 위한 송금을 최대한 억제하고 외화지출이 과다한 대규모 행사를 자제하며 지정거래은행제도 도입으로 기술로열티 지급을 철저히 관리하는등 외화지급경비를 절약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같은 대책은 하나같이 가계 기업등 각 경제주체들이 정책취지를 이해하고 실생활을 통해 조금씩 실천해 쌓아나가야만 하는 내용이다. 세무조사등 행정력을 동원해 봤자 국민들의 자발적인 협조와 동참이 없이는 장기간 먹혀들기 어려운 시책이다. 각 부처 실무자들이 적자 억제목표 달성여부에 자신없는 표정으로 일관하는 까닭도 바로 이런 사정때문으로 여겨진다.<이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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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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