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금융·내수株 사자"
미국 신용경색 완화·새 정부 내수부양 기대…IT이어 눈독이달 들어 금융주 3,010억 사들여원화약세 따른 실적호전 예상 기업 투자일부선 "본격 바이 코리아 판단은 일러"
이혜진
기자 hasim@sed.co.kr
최근 숨고르기 장세에서 외국인들의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다. 4월 들어 20거래일 가운데 11거래일 순매수했으며 최근 4일 연속 순매수 규모도 5,646억원에 이른다. 특히 외국인들은 정보기술(IT)업종 외에도 금융주ㆍ유통주 등 내수 민감업종으로 매수세를 확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는 미국 신용경색 우려가 완화되면서 금융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된데다 새 정부의 내수부양책 수혜주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타 업종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바이 코리아(Buy Korea)' 기대감은 아직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외국인 4월 이후 금융주 가장 많이 사들여=29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4일째 금융업종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종목별로도 은행업종 중에서는 국민은행ㆍ신한지주ㆍ부산은행ㆍ하나금융지주 등에 대해 지난 3거래일간 순매수 행진을 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신한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79.67%와 57.44%까지 올라갔다. 지난 4월1일 이후에도 가장 많이 사들인 업종은 금융업으로 3,01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그 다음은 전기전자, 은행, 화학, 운수창고, 유통업 순으로 외국인들이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김주형 동양금융증권 팀장은 "최근 외국인들의 관심은 단연 IT주"라면서도 "그러나 미국발 신용경색 완화로 금융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저평가 메리트가 부각된 대형 은행주들을 다시 사들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내수부양ㆍ환율 수혜 기대감=IT주와 금융주를 사들이고 있는 외국인투자가들의 최근 투자포인트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환율과 새 정부의 내수부양 기대감이다. 정명선 노무라증권 상무는 "외국인들이 원화 약세 때문에 한국에 투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원화 약세로 실적호전이 예상되는 기업들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약세인 원화가 하반기에 반전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외국인투자가들이 매수를 이어가고 있는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에 원화가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또 새 정부가 경기 둔화를 우려해 내수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내수주 매집의 배경이다. 윤석 CS증권 리서치헤드는 "외국인들은 새 정부가 경기침체시 내수부양책을 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내수주 중 하나인 금융주는 그동안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한 반작용적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매수업종 확대는 좀 더 두고 봐야=외국인들의 한국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다른 이머징마켓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윤석 전무는 "외국인들의 한국시장에서의 투자심리가 몇 개월 전보다 호전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머징마켓에 대한 관심은 중국과 대만에 쏠려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형 팀장은 "당분간 외국인들의 관심업종 역시 ITㆍ금융 등 일부 업종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며 "전 업종으로의 매수세 확대를 기대하기는 이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