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인터넷 금융혁신 금산분리가 걸림돌 돼서야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경쟁력을 지닌 한국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이 규제의 벽에 가로막혀 한 발짝도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4일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국회에 출석해 "(인터넷은행) 도입을 검토할 단계가 됐다"고 했지만 1995년에 인터넷은행을 출범시킨 미국과 2000년 첫발을 뗀 일본에 비해 한참을 늦었다. 이러고도 한국을 정보기술(IT) 강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스스로의 강점조차 살리지 못한 채 20년이나 세월을 허비한 꼴이니 만시지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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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답답할 노릇이다. 신 위원장은 "은행에 산업자본을 허용할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돌려 말하지 말고 인터넷은행 설립에 걸림돌이 되는 금산분리 규제 개혁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마땅하다. 스스로 지적했듯이 국내 금융의 비대면 거래가 90%에 육박할 정도로 인터넷 금융혁신은 이미 시대의 대세 아닌가.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은행업 진입장벽 완화는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지난해 국내 은행 순이익이 55%나 줄어들고 잇단 금융사고로 은행의 신뢰도가 추락하는 것은 근래 20년간 신설 은행이 한 곳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경직된 산업구조 탓이다.

선발주자인 미국의 경우 인터넷은행이 지난해 전체 상업은행 대비 자산 비중 3.3%로 5.3%의 순영업이익 비중을 차지해 온라인을 활용한 뱅킹시스템의 월등한 효율성을 입증했다. 일본에서는 인터넷은행이 매년 30%대 후반의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고 있고 중국에서는 IT 기업인 알리바바가 금융결제는 물론 예금·대출에 펀드까지 취급하는 인터넷금융으로 기존 대형은행의 영역을 거침없이 파고드는 양상이다. 반면 우리는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규제 때문에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미중일이라고 기존 은행 등의 반발이 없었을 리 만무하다. 그래도 그들은 자국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을 허용했다. 한국 금융당국도 과거에만 집착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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