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발표 이후 일부 신흥국가들에서 자금이탈 조짐이 나타나는 가운데 월가의 대표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이머징시장의 주식과 채권이 향후 5~10년간 부진할 것이라며 이머징국가에 대한 투자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아 파장이 예상된다.
22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자산운용 부문은 최근 보고서에서 "앞으로 이머징시장이 5~10년간 다른 시장이 비해 큰 변동성을 나타내면서 투자성적도 뒤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이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투자비중을 기존보다 3분의1가량 줄이라고 권고했다. 기존에 골드만삭스가 제시한 이머징시장 투자비중은 9%이므로 이를 6%대까지 낮추라는 의미다.
보고서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 고령화, 그리고 원자재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 등을 이머징의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또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악화됐다는 점도 부정적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최근 몇 년간 이머징시장에서 투자자들이 기대한 만큼 수익을 올리지 못했고 이들 국가의 경제성장 역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03~2007년 이머징국가의 성장은 예외적인 경제여건에 따른 것으로 앞으로 다시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 국가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에 대해서도 "성장에 필요한 정치·경제적인 개혁은 상당한 고통이 수반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했다.
국가별로는 중국에 대해 △투자에 의존한 불균형적인 경제성장 △급속한 고령화 △자본의 효율적인 배분을 방해하는 금융규제 △국민건강에 치명적 수준의 공해 △의료·교육서비스 접근을 제한하는 호적제도 등 5가지를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근본적인 요인으로 지목했다.
또 브라질에 대해서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으로 시장 이자율 상승,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간섭, 그리고 높은 세율이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게다가 선진국의 경기회복에 따른 수혜도 예전같지 않다는 진단이다. 골드만삭스는 "선진국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고물가와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이머징국가의 성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미국에서 출구전략을 시작하면서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를 중심으로 긴축적인 통화정책 시행이 불가피하다는 게 골드만삭스의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머징시장의 가격 매력도가 부각되고 있지만 포트폴리오를 늘릴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