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역할 획기적변화 모색을/경쟁도입·규제체제 개혁등 통일이후·다원사회 대비/민간·시민단체 협력도 절실총무처 산하 한국행정연구원은 2일 하오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새 시대의 국정관리와 행정」이라는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가졌다.
노정현 행정연구원장의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국가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해 국정운영 방향을 제대로 모색하고 정부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제발표 내용을 정리한다.
▲노정현(한국행정연구원장, 연세대 명예교수)=오늘날 누구도 마다할 수 없는 개방과 시장경제, 치열한 경쟁속에서 이른바 지구적 자본주의의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UN과 그 사무국의 전문가들은 바로 이 점을 걱정하고 있다. 이렇게 될 때 이른바 적하(Trickle Down) 효과를 기대하는 경제이론은 세계빈곤문제, 자연보전, 정의와 평화, 민주주의 발전 등을 위한 대안이 되기는 처음부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문제는 경제적으로 강력한 중·일 양 대국이 동북아에서, 나아가 세계적인 영향력과 주도권을 향해서 서로 경쟁을 하고 언젠가는 이 거대한 두나라가 갈등내지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지리적으로 그리고 경제 및 안보차원에서 이 두 거대한 나라들의 틈에 끼인 한국의 장래는 통일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안일하게 생각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바로 통치의 중요성이 절실하게 된다. 통치권자에게는 이 민족의 나아갈 방향을 바로 보고 방향타를 바로 잡아야 할 중차대한 과제가 놓여 있는 것이다. 통치권자와 정부행정만이 아닌 민간부문, 시민사회 등이 모두 함께 협력할 때 국정관리는 효과적으로 수행된다는 것은 지적한 바 있다. 이는 통치권자를 행정수반으로 하는 정부행정이 다원화된 사회의 중심 행동체 역할을 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의 통치권자는 통일이 이루어지기 전부터 남한의 동과 서, 그리고 사회내 계층간의 균형이 잘 잡힌 발전이 이루어질 때 궁극적으로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문동후(총무처 소청심사위원회 위원)=정부기관뿐 아니라 공사·공단 등을 포함한 공공부문 전체의 기능(규제활동 포함)과 사업을 면밀하게 재검토하고 정부역할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분적이고 단편적인 검토보다 국가기능구조의 근본적인 재정립을 위하여 축소·폐지, 민영화, 공사화, 지방이양, 외부계약, 책임집행기관화, 정부기관간 또는 민간부문과의 경쟁도입, 규제체제의 개혁, 지방 및 민간부문과의 파트너십 강화 등 체계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커다란 틀과 기준을 가지고 접근하여야 한다.
정부혁신은 궁극적으로 공무원의 행태와 가치관을 바꾸는 일이다. 첫째, 최적의 개혁전략은 종합적인 개혁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이를 단계적이면서도 가능한한 빠른 속도로 확산시켜 일관성있게 추진하는 것이다. 둘째, 중앙관리기관의 역할과 기능이 먼저 변화돼야 한다. 인사·예산·조직·구매, 기타 공통행정서비스를 담당하는 총무처와 재정경제원(예산실) 및 행정조정실등 이른바 중앙관리기관들이 자신들의 새로운 역할을 맡을 준비가 선행돼야한다. 셋째, 정보기술을 정부혁신의 촉매제로 활용해야 한다. 분권화된 관리환경하에서 각 부처와 기관의 실적 및 운영상황에 대한 정보환류, 성과측정을 위한 정보수집과 분석, 사업실적 평가와 재원 배정의 연계 등 관리혁신의 중요한 요소들이 모두 정보기술의 효과적인 지원을 전제로 하고 있다. 넷째, 정부혁신은 공무원 스스로 주도해야 한다.
▲이한구(대우경제연구소 소장)=다양성과 유연성을 크게 요구하는 새로운 상황에 대응하면서도 과거의 전통적 가치관 또는 인간본성과 조화를 이뤄나갈 수 있는 기업윤리가 제시돼야하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의 경영자는 사회의 대표적 조직을 맡아 운영하는 기업사로서 별도의 직업윤리를 요청받는다. 첫째, 기업하는 동기가 단순한 이익추구에서 사회적 인정을 받겠다는 수준까지 올라가고 나아가 자기실현의 장소를 만들겠다는 의욕을 보여주길 사회는 기대할 것이다. 둘째, 사회전반의 윤리의식을 제고시키고 해당업종의 문화에 보다 윤리적 관행이 정착되도록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다. 셋째, OECD(76년·경제협력개발기구), UN의 다국적기업위원회, ICC(국제상업회의소), ILO(77년·다국적기업과 사회정책에 관한 3자선언)등 국제기구들이 정한 다국적 기업의 행동지침이나 행동규범(투자대상국의 주권을 존중하고 노사문제 회피에 노력하며 뇌물제공을 금지하고 있다)에 충실함으로써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고 각국에서 윤리관의 공유도를 높여야 한다.
▲강문규(한국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한국사회의 미래는 오늘날의 세계시장 경제체제하에서 살아남을 뿐아니라 그속에서 보장돼야 할 삶의 질과 지탱가능한 사회의 실현을 위해서는 자율적인 비전 등을 공유하는 시민사회 구성체에 의한 활동여하에 크게 달려있다. 새 시대를 맞는 시민사회와 시민 사회단체의 역할은 국가권력 행사의 저조현상과 경직화 속에서 ▲끊임없는 제도 정책, 가치관 변혁을 위한 촉발활동 ▲권력의 남용과 악용에 대한 감시와 항의 ▲사회영역간, 지역간, 계층간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화해의 촉진 ▲지역공동체가 국가정책의 미흡속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 제공 등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사회내 폭력의 만연과 가치관 상실에서 오는 미래지향적 국가목표의 상실을 위기적 조짐으로 느끼고 있다. 오로지 경제성장만을 우리의 희망과 국가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민주체제와 그 내용을 채우는 일을 등한히 하면서 민족의 단결과 애국을 호소하던 시대는 지나갔다.<정리=양정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