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이르면 오는 2008년부터 81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퇴직 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정부와 기업들이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연금재정 악화는 물론 노동력 부족과 기능전수 차질 등으로 우리 경제의 커다란 충격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후식 한국은행 조사국 부국장은 1일 ‘일본 베이비붐 세대 퇴직의 영향과 정책대응’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지난 55~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 810만명의 정년퇴직이 7~8년 후부터 본격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정년연장과 연금지급연령 상향조정이 필요하며 이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인식 제고, 노사관행의 개선, 고령자에 대한 인식전환 등이 긴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고령자 고용촉진법’상 정년이 60세로 명시돼 있지만 기업의 평균 정년연령은 57세이며 실제 직장을 그만둔 나이는 이보다 빠른 53세로 조사됐다”며 “기업들이 일정 연령에 도달한 인력을 능력이나 경력과 관계없이 퇴직시키는 관행이 정착돼 있어 대규모 퇴직사태가 3~4년 후로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정 부국장은 “특히 최근 청년실업 문제나 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 등에 가려 베이비붐 세대의 인력활용이나 노후문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 정부의 경우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하고 연금지급연령도 상향 조정하는 한편 퇴직자에 대해 정년 후 계속 고용, 타 기업으로의 취업알선, 전문기능습득제도 등 다양한 대책을 체계적으로 추진 중”이라며 “그 결과 2007년~2009년에 정년 퇴직하는 베이비붐 세대로 인해 일본이 경제적 위기를 맞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는 47년부터 49년에 출생한 806만명으로 이중 665만명이 2007년부터 3년에 걸쳐 정년퇴직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 부국장은 “기업은 숙련된 고령노동자의 고용을 위한 제도개선에 노력하고 노동조합은 무리한 파업 등 강경투쟁 위주의 활동을 지양해 장기적 고용안정을 추구하는 생산적 노사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도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퇴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역모기지 등 금융상품 정비와 노년층 수요에 부응한 실버산업 육성 등 각종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