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출시된 7년 고정금리 재형저축이 초라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저소득 근로계층의 안정적인 재산형성에 기여하겠다며 금융 당국의 주도로 상품이 출시됐지만 금융시장에서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시중은행에서는 '예상했던 결과'라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금융 현실을 무시한 금융 당국의 '탁상행정'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7년 고정금리 재형저축 상품이 출시된 후 일주일(영업일 기준)간 가입실적이 1,500좌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됐다.
7년 고정금리 재형저축 상품을 출시한 8개 은행 중 우리(595좌), 기업(240좌), 농협(185좌) 은행 순으로 가입 좌수가 많았다. 국민ㆍ신한ㆍ하나은행은 실적공개를 거부하고 있는데 이 중 일부 은행은 가입 좌수가 100좌가 되지 않는다. 부산ㆍ대구 등 지방은행도 상품 출시 첫 주에 100좌를 채우지 못했다.
앞서 올해 3월 출시됐던 변동금리형 재형저축이 출시 첫날에만 300만좌에 300억원의 자금이 몰렸던 것과는 대비되는 실적이다. 시중은행 영업점의 한 관계자는 "7년 고정금리 재형저축 상품을 출시하고 일주일 동안 상품을 문의하는 고객이 단 한 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7년 고정금리 재형저축의 가장 큰 실패 원인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있다. 고정금리 재형저축의 금리는 3.5%이다. 앞서 출시된 변동금리형 재형저축(4.5% 수준)에 비해 금리가 1%포인트나 낮다. 변동금리형 재형저축 역시 7년간 자금이 묶이는 데 반해 금리혜택이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최근 인기가 급격하게 시들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변동금리 재형저축의 해지율이 은행별로 5~10%에 달한다. 가입 좌수도 출시 첫 달(133만1,480좌) 대비 100분의1 수준인 1만2,312좌로 줄었다.
시중은행들도 고정금리 재형저축 상품 판매에 소극적이다. 팔면 팔수록 손실이 나는 상품구조 때문이다. 현재 3년 만기 국고채금리는 2.92%. 연 3.5%의 고정금리 재형저축의 경우 조달원가와 각종 판매비용을 제외하고 나면 순익이 거의 나지 않거나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 추후에 기준금리가 조금이라도 인상된다면 그대로 은행의 손실이 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도 은행 입장에서도 (7년 고정금리 재형저축 상품은) 구조적으로 팔릴 수 없는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금융 당국의 전형적인 탁상행정이 가져온 참패라는 시각도 있다. 당초 금융 당국은 변동금리형 재형저축(3년 고정+4년 변동)이 3년 후 금리가 급격히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되면서 시중은행들에 고정금리 재형저축 상품 출시를 지시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마진을 포기하고 상품을 출시하라고 하니 기형적인 상품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꼬집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