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 국내시장 잠식 가속
삼성경제硏 '외자경영실태' 보고서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시장점유율이 은행 41.7%, 증권 10.7%, 생명보험 9.3% 에 이를 정도로 국내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4대 정유사중 3개가 외자계 기업으로 바뀌었고 자동차ㆍ정보통신ㆍ중공업 등 각 분야에서도 외국자본 진출이 활발했다.
개별 품목별 외자계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카메라 85%, 초산 84%, 알루미늄 60%, 종묘 60%, 일회용 건전지 98%, DB(데이터베이스) 70%, 신문용지 63% 등이다.
아울러 98년이후 3년간 유입된 외자는 직접투자 401억달러, 주식ㆍ채권 간접투자 219억달러 등 모두 620억달러로 95∼97년 3년간 200억달러의 3배에 달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31일 내놓은 `외자경영의 빛과 그늘'이라는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히고 외국자본은 금융ㆍ기업 부문외에 부동산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주식ㆍ외환시장 좌지우지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주식의 시가총액은 지난해말 전체의 30.1%인 56조6,000억원으로 외환위기를 맞은 97년말 14.6%의 2배수준이다.
주요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29일 기준으로 삼성전자 56.6%, 포항제철 53.7%, SK텔레콤 48.2%, 현대차 42.5%, 삼성화재 34.0% 등이다.
외국인의 채권보유비중은 지난해말 현재 0.16%로 98년말 0.30%의 절반수준에 그쳤다. 저금리의 한국채권을 매입하는 것보다는 수익률에서 큰 차이가 없으면서 안전한 미국채권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5개 주요은행 제1대주주
외국인은 제일ㆍ한미ㆍ외환ㆍ하나ㆍ국민은행의 제1대 주주로서 경영권을 인수했거나 제한적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99년말 이들 은행의 국내 여.수신 점유율은 41.7%나 됐다.국내은행의 외국인들 지분율은 지난 29일 주택 66.5%, 국민 62.4%, 한미 61.6%, 신한 52.9% 등이다.
외국증권사 국내지점의 거래대금기준 시장점유율은 97년 3.9%에서 지난해 10.7%로 뛰었다. 외국인이 1대 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하는 증권사까지 포함하면 20.9%다.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의 시장점유율은 작년 10월말 9.3%로 97년말 1.3%보다 크게 높아졌다.
◇자동차ㆍ정보통신ㆍ중공업ㆍ정유에서 외국자본 부상
자동차에서는 미국의 델파이와 비스티온, 프랑스의 발레오 등 세계적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30여개 국내업체를 인수했다. 완성차에서는 르노가 삼성차를 사들였고 다임러크라이슬러가 현대차 지분 15%를 매입했다. 대우차도 외국자본에 팔릴 예정이다.
전자ㆍ정보통신 분야에서는 일본계가 약진하고 있다. 지난해 7월 SK텔레콤 지분 15%가 일본의 NTT도코모에 매각됐고 올초에는 쌍용정보통신이 미국의 뉴브리지캐피탈에 팔렸다. 국내 최대 인터넷 경매업체인 옥션도 미국의 이베이에 넘어갔다.
중장비ㆍ엘리베이터 분야에서도 외국자본은 강자로 부상했다. 볼보와 클라크가 98년 7월 삼성중공업 굴착기와 지게차 부문을 각각 인수, 40%대의 시장점유율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의 오티스는 LG산전의 엘리베이터 부문을 매입해 국내시장의 50% 이상을 지배하고 있는 상태다.
이와함께 국내 4대 정유사중 SK를 제외한 3개사가 외자계로 바뀌었다. IPIC는 현대정유를, 아람코는 에쓰-오일을 사들였다. LG정유의 경영권은 LG측이 갖고 있으나 미국의 칼텍스가 50%지분을 갖고 있다.
◇ 외국자본의 업종별 시장점유율
전기ㆍ전자에서는 브라운관유리 시장의 90%가 외국자본에 넘어갔고 렌즈교환식 카메라는 85%, 캠코더는 70∼80%를 외자기업에 내주고 있다. 석유화학 분야에서도 외국자본 점유율은 초산 83.8%, MDI(폴리우레탄) 73.6%, 카본블랙 69% 등이다. 알루미늄과 엘리베이터도 각각 60%, 50%에 이른다.
제지에서는 신문용지 시장의 50%이상, 종이기저귀의 76.8%, 생리대의 75.6%를 외국자본이 지배하고 있다. 이밖에 외국자본 점유율은 살충제 55%이상, 종묘 59.2%, 맥주 46.5%, 콜라 57.1% , 필름 57.8%, 일회용건전지 98%, DB 70%, 광고 30%, 경영컨설팅 28%, 할인점 27.1% 등이다.
◇외국자본 유입의 장단점
삼성경제연구소는 외국자본은 투명ㆍ안정ㆍ수익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경영관행을 바꾸고 있으며 국내 금융기관ㆍ기업의 구조조조정 자금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특히 상장기업 이사회의 사외이사 비중이 98년 11.4%에서 지난해말 30.9%로 높아지고 재벌그룹 소속 개별기업의 부실이 그룹 전체로 확대되지 않도록 지배ㆍ소유구조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구소는 유동성위기의 급박한 상황에서 기업과 자산이 헐값에 팔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도위기에 몰린 기업들은 빨리 매수자를 찾아야 하는 만큼 기업가치를 제대로 산정할 시간도 없었고 협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그동안 외환위기 극복차원에서 추진했던 외자유치 일변도의 정책기조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지금은 경기회복과 구조조정을 위한 내부 역량이 충분히 축적된 상태라는게 연구소 설명이다.
전용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