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중국판 신문고 제도"역사속으로"

건국 60주년때 돌발시위 차단 위해 '중앙정부 탄원' 금지나서<br>"지방관리 부패 감시기능 약화" 불만 고조

지난 5월 중국 베이징(北京)의 한 호텔 옥상에서‘샹팡인(上訪人)’ 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현수막을 내건 채 전단지를 뿌리고 있다. 현수막에는 가짜 약을 제조받았다거나 산시(山西)성 관료의 비리를 고발하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베이징=AP통신

중국 베이징(北京) 남부에는 '국가신방국(國家信訪局)'라는 정부기관이 있다. 이 건물 앞에는 중국 각지에서 억울한 사연을 품고 정부에 탄원을 하러 찾아드는 수십, 수백여 명의 사람들이 매일 기다랗게 줄을 짓는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풍경을 접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오는 10월 건국 60주년을 맞아 지방민들의 중앙 정부 탄원을 금지할 예정이라고 23일 보도했다. 이 같은 조치는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상태지만, 중국 중공중앙정법위원회(中共中央政法委員會) 웹사이트에 올라온 공지사항에 따르면 지방의 탄원민들이 베이징(北京)으로 상경해 직접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의 행위(샹팡ㆍ上訪)는 불법으로 간주될 예정이다. 각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먼저 탄원활동을 한 후 기각됐을 때나 샹팡이 가능하다는 것. 중국 정부가 내세우는 이유는 '건국 60주년을 맞아 조화롭고 안정적인 사회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하지만 60주년 행사 때 발생할지도 모를 시위 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 3월 신장에서 상경한 부부가 분신자살을 시도한 것 같은 사건이 터질 경우 대외적인 체면 손상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법위원회는 "샹팡 이유가 합리적이든 않든 중앙정부로의 직접 탄원은 모두 불법"이라며 "특히 타인을 대신해 탄원하거나 국민을 선동할 경우 처벌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중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지방 정부가 자신의 집을 압류했다며 후베이(湖北)성에서 온 양단은 "지역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말은 원론적으로 맞다"면서 "하지만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관료들이 부패해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양 씨는 "앞으로 지방 정부는 누가 감시하겠다는 건지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샹팡 금지는 오히려 중국민들을 실력행사로 내몰 가능성도 높다. 중국 헌법에는 국민의 탄원권이 명시돼있으며, 억울한 일을 겪은 국민들이 정부에 직접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합법적인 통로다. 특히 법 체계가 미비한 농촌 지역에서 샹팡은 최후의 보루나 다름 없었다. 청 말기부터 시작된 탄원 제도를 공산당 정부가 유지해 온 이유도 농촌 거주자들의 권리 보호라는 명분 때문이다. 중국에서 지난 5년 동안 접수된 탄원은 불법적인 토지 강탈과 임금체불 등 1,000만 건에 달한다. 신방국은 이중 70~80%는 합리적으로 탄원의 근거를 갖춘 사례들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시위 단속에 집착하다가 민심을 잃을 수도 있다. 중국 언론에는 종종 샹팡으로 억울함을 푼 농민들의 미담이 보도돼 중국 정부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작용을 해왔다. 지난 6일에는 13년 간 베이징을 오가며 탄원 활동을 한 지린성(吉林省) 둔화시(敦化市)의 부부를 물심양면으로 도운 지역 파출소의 사례가 소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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