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투자유치 급급 정부·지자체 '망신살'

'외국계 영리법인 1호 후보' 산얼병원 설립 결국 무산

제주도, 검증 소홀한채 승인요청

복지부 "투자자 부적격" 퇴짜

"무리하게 추진해 논란" 비판


보건복지부가 외국계 영리법인 1호 후보였던 중국계 '산얼병원'의 설립 승인을 불허했다. 이로써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의 연내 설립은 물 건너가게 됐다. 제주도는 외국계 병원 유치에만 눈이 멀어 투자자 검증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게 됐고 정부도 신청 당시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산얼병원 설립을 대통령 주재 무역투자진흥회의 안건으로까지 올리며 무리하게 추진해 논란을 키웠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복지부는 외교부 공관(주중 한국대사관)의 현지조사 결과와 제주도가 제출한 산얼병원 사업계획서 보완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제주도에서 요청한 산얼병원 사업계획서를 불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복지부는 불승인 사유로 △투자자 부적격 △응급의료체계 미흡 △줄기세포 시술 관리·감독의 어려움 등을 들었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외교부 현지 공관에 따르면 산얼병원의 모기업(CSC) 대표가 구속상태에 있을 뿐만 아니라 채권채무관계가 복잡하고 모기업 산하 회사 두 곳은 주소지 확인 결과 존재하지 않았다"며 "또 제주도 내 병원과 지난해 10월 체결한 응급의료체계 공조 관련 양해각서(MOU)가 최근 해지되는 등 응급환자 발생에도 대응하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산얼병원이 사업계획서에서 지난해 복지부가 문제 삼은 줄기세포 시술을 삭제하기는 했지만 제주도가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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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런데도 제주도는 이날 복지부에 줄기세포 시술 관리·감독 방안을 보냈다. CSC의 문제점들이 언론은 물론 외교부 공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확인되고 있음에도 산얼병원 사업계획서 승인 요청을 철회하지 않은 셈이다. 산얼병원은 제주도가 사업계획서 승인 요청을 철회하거나 복지부가 이를 불승인하면 설립될 수 없게 되는데 제주도 측에서는 여전히 승인 요청을 철회하지 않은 상태라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복지부는 산얼병원 투자유치의 주체는 물론 허가권자도 제주도라는 점을 강조하며 큰 혼란을 불러일으킨 산얼병원 사태에 대한 책임론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복지부 고위관계자는 "투자유치와 관련해서는 제주도가 제반 사항을 확인하고 우리는 보건의료와 관련된 사안만을 보게 돼 있다"며 "경제자유구역 내의 병원 설립은 복지부가 허가권자이지만 제주도의 경우는 제주도가 허가권자"라고 말했다.

복지부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투자활성화를 위해 영리병원 유치를 무리하게 밀어붙인 게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복지부의 설명대로라면 정부는 이미 지난해 10월 CSC 대표의 비위행위 등을 중국 현지 인터넷 신문 등을 통해 인지했다. 올 5월에는 주중 한국대사관에 CSC 대표의 구속 여부 등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CSC 대표 구속 여부와 관련해서는 공관으로부터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음에도 정부는 8월 외국병원 규제완화책 등을 담은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며 산얼병원 설립 승인 여부를 9월에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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