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역사속 '10월 위기' 이후엔 기회가 찾아왔다

대공황·87년블랙먼데이·亞외환위기등 연말 앞두고 자금수요 몰리며 위기 반복<br>글로벌 공조로 금융시장 급속 안정 기대…악몽의 10월은 털고 11월엔 희망을…


지난 10월6일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1만선이 붕괴됐다. 불과 이틀 후에는 9,000선마저 힘없이 무너졌다. 매년 10월이면 세계 금융시장은 불안에 떤다. 연말을 앞두고 어느 기업이나 국가 할 것 없이 자금 수요가 급격히 몰리면서 신용이 빠듯해지기 때문이다. 머니마켓펀드(MMF)나 기업어음(CP)을 거래하는 단기자금시장부터 금리가 치솟기 시작한다. 은행들은 다른 은행이나 차입자들에게 자금을 공급하기 꺼리며 기존의 대출마저 회수하려 든다. 서로 몸을 사리는 악순환은 미래의 경제 전망에 대한 불안감을 낳고 이는 결국 자금수요자와 공급자에 대한 팽팽한 불신으로 비화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때문에 10월을 넘긴 11월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희망과 기대가 커진다. 이번에도 올해 세계 금융시장을 초토화시켰던 금융위기의 여파가 10월이 끝나가면서 점차 수그러드는 양상이다. 세계 각국의 전방위 대책 발표로 주가가 조금씩 반등하는 기미를 보이고 자금시장도 빠르게 안정세를 되찾아가는 분위기다. 11월에는 특히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어 앞으로 4년간 미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대통령이 등장한다. 그가 펼칠 경제정책의 윤곽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 역시 세계 금융시장을 진정시키고 실물경제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역점을 두고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되짚어보자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맹위를 떨친 올해 10월은 과거의 10월보다 훨씬 위협적이었다. 전체적인 크기나 파장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다 보니 투자자들은 물론 일반인들마저 ‘대공황’의 악몽을 떠올렸을 정도다. 지금부터 79년 전인 1929년 10월24일 대공황(Great Depression) 당시 다우지수는 단 하루 만에 11.72% 대폭락을 맞았다. 이후 3년간 뉴욕증시는 시가총액의 90%가 허공으로 날아가버리는 경악스러운 사태가 발생했다. 공장이 문을 닫고 실업자가 거리에 넘치는 실물경기 침체가 다가왔으며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길고 고통스런 시기가 이어졌다. 1933년 말까지 거의 모든 자본주의 국가들이 여기에 말려들었으며 그 여파는 1939년까지 이어졌다.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뀌었다. 대공황 여파는 유럽과 일본에 파시즘과 군국주의를 등장시켜 2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한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 대공황보다는 파괴적이지 않았지만 2001년에도 알카에다에 의한 미국 세계무역센터 붕괴사태, 2003년에는 엔론 회계부정사건 등으로 뉴욕증시를 포함해 전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을 쳤었다. 공교롭게도 1974~75년 ‘제2차 대공황’이라고 하는 장기 불황을 야기했던 국제 석유가격의 폭등 역시 1973년 10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석유가격을 배럴당 3달러에서 11.65달러로 4배 인상한 데서 촉발됐다. 지난해 여름 미국 주택시장에서 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의 충격은 결국 올들어 지구촌 각국의 금융시장을 초토화시키더니 어김없이 10월의 주가 대폭락 사태를 연출했다. 이보다 조금 앞서 1987년 블랙 먼데이(Black Monday)나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그 이듬해 롱텀캐피털(LTCM) 파산 때도 세계증시는 10월마다 엄청난 홍역을 치러야 했다. 1987년 10월19일 블랙먼데이 때 뉴욕주가는 하루 새 22%나 빠지며 사상 최고 수준의 낙폭을 기록했다.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직전인 1997년 10월에도 국내 주가는 한달간 27.25%나 빠졌다. 하지만 역사를 되돌아보면 숱한 10월의 악몽도 반드시 끝이 있기 마련이었다. 비록 글로벌 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 주택시장의 불안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으며 주식 및 자금시장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굳건한 신뢰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지만 각국의 발빠른 공조와 개별국가 단위의 대책들이 11월의 희망과 기대를 높여주고 있다. 세계 경제가 이제 지난 2년간 계속됐던 10월의 악몽을 떨쳐버리고 희망에 찬 새로운 도약의 시기를 다지는 연말연시를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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