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공시생 천하


삼성그룹 취업 시험인 '직무적성검사(SSAT)'에 10만명이 몰려 장안의 화제다. 18개 계열사에 4,000~5,000명을 뽑기 때문에 어림잡아 20대1의 경쟁률이다. 그러나 경쟁률로만 보면 이보다 더 어려운 취직 시험이 있다. 공무원 시험이다. 9급 국가직 공채시험은 지난해 20만명 이상이 몰려 74.8대1의 경쟁률을 보였고 오는 19일 치러지는 9급 공채 경쟁률도 원서접수 기준 64.6대1이다. 교육행정·시설직 등 분야별로 500대1을 넘기도 한다. 수학능력시험을 빼고 가장 많이 응시하는 시험이다 보니 '공무원 고시' '공시생'이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경제활동인구조사를 근거로 지난해 만 15세에서 29세까지의 취업준비생을 96만명이라고 밝혔다. 놀라운 것은 이 가운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31만6,000명이라는 점이다. 3명 중 1명꼴인 셈이다. 노량진·신림동의 고시촌과 학원에서는 이들로 넘쳐나고 시험 대비서와 관련 책자도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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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 공무원의 인기는 10대에서도 폭발적이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13~24세의 청소년들이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 1위(28.3%)가 국가기관이다. 2위가 삼성·현대와 같은 대기업(22.9%)이고 3위를 한 공기업(13.1%)까지 고려하면 10명 중 4명은 공무원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아예 진로를 공무원으로 정하고 미리 준비하는 '고3 공시생'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청년 일자리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로도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요인이다. 그렇다 해도 우리 청년들이 직업을 선택하면서 꿈과 비전보다 정년 보장 등 안정성에만 너무 집착하는 듯해 입맛을 씁쓸하게 만든다. 그 자신이 공무원 선배인 이인재씨는 자신의 저서 '나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를 통해 "공무원이 미친 듯이 하고 싶도록 뜨거운 애정을 갖고 있는가"라고 묻고 있다. 자기는 해봤으니까라고 하면 할 말이 없겠지만.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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