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세계 흩어진 고려불화 700년만에 한자리에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br>수월관음도·아미타삼존도등<br>한국 불교미술의 백미<br>내달 21일까지 61점 전시

일본 단잔진자 소장의 '수월관음도'

정교한 표현과 깊이 있는 색감의 고려불화는 한국 불교미술 중에서도 백미다. 불교가 융성했던 고려에서 발전한 고려불화는 13세기 말부터 14세기까지 귀족 문화의 전성기와 함께 경지에 올랐다. 하지만 고려 말 왜구의 침입을 비롯해 조선의 폐불 정책, 잦은 전쟁 등으로 불화는 고향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현존하는 160여 점의 고려불화 중 국내는 20점 미만이 있을 뿐 대부분은 일본 사찰과 독일ㆍ러시아ㆍ미국 등지의 박물관에 흩어져 있다. 이 불화들이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 '고려불화대전'으로 700년 만에 한 자리에 모였다. 전시장 첫 문을 여는 '비로자나불도'는 1만5,000개의 작은 부처 얼굴들이 점묘화의 원리처럼 모여 하나의 부처 형상을 이룬 독특한 작품이다. 허공을 응시하는 부처의 표정 등 구성 면에서 완성도가 높다. 독일 쾰른 동아시아박물관에서 빌려온 '비로자나 삼존도'는 비로자나(부처님의 진신(眞身)을 나타내는 칭호)와 문수ㆍ보현 보살이 한 화면에 등장하는 현존 유일의 작품이다. 손을 내밀어 중생을 받아들이는 형상의 '아미타불도'는 일본 쇼보지(正法寺) 소장작으로 전시작 중에서도 수작이다. 특유의 적ㆍ녹ㆍ청 원색이 선명하고 눈썹과 귀의 터럭, 살짝 올려뜬 눈꼬리까지 생생하다. 출품작의 상당수는 연구 목적의 학자들에게조차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인 만큼 꼼꼼히 봐야 한다. 고려 불화의 전형적인 특징인 두툼한 얼굴에 자애와 여유를 머금은 표정, 어깨를 덮은 붉은색 법의, 이를 장식한 동그란 문양, 금가루를 개어 만든 금니(金泥) 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일명 '물방울 관음'이라 불리는 '수월관음도'는 관음이 은은한 녹색의 물방울 모양 광배 안에 서 있다. 거미줄처럼 투명한 사라(베일)가 어깨부터 발끝까지 감싼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은 신공(神功)에 가깝다. 겹겹이 입은 붉은색과 녹색, 흰색의 속치마는 들춰낼수록 신비함이 더해진다. 고려불화의 '수월관음도'는 달과 물을 배경으로 반가 자세를 한 관음과 선재동자, 정병과 연꽃, 대나무와 암벽이 한 화면에 모두 등장하는 게 일반적이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소장한 '아미타삼존도'(국보 218호)는 러시아 에르미타주박물관이 소장한 서하(西夏) 그림과 구도가 비슷해 고려불화의 전파 과정을 밝힐 열쇠임을 보여준다. 지난 2년간 최광식 관장과 함께 이번 전시를 준비한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 전시팀장은 "일본의 일부 사찰은 '그림도 한번쯤은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겠나'라며 대여를 허락하기도 했다"면서 "고려불화의 숭고한 아름다움은 시공을 초월하고 간절한 염원은 생사를 뛰어넘는다"는 말로 예술성과 종교성을 설명했다. 고려불화 61점과 중국ㆍ일본 불화 20점, 조선 전기 불화 5점 등 총 108점이 11월21일까지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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