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개화파의 대표적 인물인 부마도위 박영효(1861~1939)가 살았던 것으로 알려진 남산골 한옥마을 ‘박영효 가옥’의 실제 주인은 친일파인 민영휘(1852~1935)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지난 2년간의 사료조사 결과 한옥마을의 박영효 가옥이 민영휘가 소유했던 대저택의 일부로 드러나 이 가옥의 명칭을 ‘관훈동 민씨 가옥’으로 변경한다고 29일 밝혔다. 박영효의 실제 집은 민씨 저택의 옆에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박영효는 이 집 외에 현재 주소로 경운동 66,88번지, 안국동 8번지, 경운동 89번지, 숭인동 76번지 등에서도 거주했으나 당시 건물들은 모두 없어졌다.
민영휘의 저택으로 확인된 이 가옥은 조선 후기 상류층 저택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학계 의견에 따라 1977년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됐으며 1980년대 남산골 한옥마을에 복원됐다.
하지만 최근 조사에서 이 집은 민영휘의 소실인 안유풍과 민영휘의 아들인 민대식·병수, 장녀인 민윤식의 가족이 1970년대까지 거주하던 저택 가운데 안채 일부와 문간채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안유풍은 풍문여중고 설립자이며 민대식은 조흥은행의 전신인 동일은행 이사장을 지낸 바 있다.
시는 또 민씨 가옥과 함께 남산골 한옥마을에 복원된 '순정효황후 윤씨(1894~1966) 친가'도 실제로는 친일파인 윤덕영(1873~1940)이 주인이었던 '벽수산장(碧樹山莊)'의 일부로 드러나 '옥인동 윤씨 가옥'으로 명칭을 변경하기로 했다.
시는 오는 10월 말까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거쳐 박영효 가옥의 명칭 변경을 확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