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도전 정신, 스타트업의 생명-하형석 미미박스 대표


미국 실리콘밸리에 '와이컴비네이터(YC)'라는 기관이 있다. '스타트업계의 하버드'라 불리는 세계 최고의 스타트업 육성 투자사(액셀러레이터)다. 이제는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성장한 드롭박스·에어비앤비가 모두 YC 졸업생이다. 이제까지 YC를 거친 900개 가까운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를 모두 합하면 30조원이 넘는다.

미미박스가 지난 2013년 YC와 손을 잡았다는 소식은 당시 국내 업계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창업 초기 국내 투자사들로부터 모두 투자를 거절당했을 만큼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무명의 업체였기 때문이다.


미미박스는 2013년 6월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한 벤처 창업 대회인 '나는 글로벌 벤처다' 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우승 상금인 1,000만원으로 실리콘밸리를 견학했다. 그해 9월 찾은 실리콘밸리에서 국내 창업 대회의 심사위원이었던 YC 관계자와 첫 만남을 가졌다. 하지만 결과는 '실리콘밸리를 부유하지 말고 회사나 잘 만들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처참했다. 기본적인 소개 자료조차 없을 정도로 준비돼 있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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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미박스의 YC 입성은 '무(無)에서 유(有)'를 이끌어내는 오기와 도전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우리는 YC 지원을 준비했다. 회사 안에서 영어가 가능한 세명의 직원들을 모아 1분짜리 소개 영상부터 만들었다. 다행히 1차 인터뷰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고 그해 11월 다시 실리콘밸리를 찾았다. 로보틱스 연구팀, MIT 코딩 대회에서 우승한 개발자 등 전 세계에서 모인 천재들 사이에서 우리는 작은 핑크색 화장품 박스 하나를 들고 서 있었다.

YC의 창업자인 폴 그레이엄과 지메일의 개발자인 폴 부카이 등 전설적인 창업자 6명은 무차별적인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화장품을 온라인에서 팔고 있다고 소개하자 그들은 아마존을 어떻게 이길 것이냐는 질문부터 했다. 첫 질문부터 말문이 막혔다.

인터뷰를 마치니 정말 패배자가 된 기분이었다. 지친 마음으로 근처 카페에 앉아 있던 순간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를 건 사람은 뜻밖에도 YC의 창업자인 그레이엄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YC의 투자를 받은 최초의 한국 출신 스타트업이 됐다. 미미박스의 현재보다 가능성에 주목하지 않았다면 일어나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미미박스는 더 크고 더 무모한 도전을 꿈꾸게 됐다.

"여러분, 역사는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탐험하고 발견하는 자만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냅니다. 누군가 계속 탐험을 해야 한다면 그것이 우리였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의미 있고 미래를 위한 일이라는 것을 알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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