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5월 3일] 개성에 대한 희망과 절망

지난 3월 개성공업지구 내 신원 공장. 투자를 위한 사전조사차 이곳을 방문한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의류협회 대표단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작업의 성숙도, 업무 성실도 면에서 나무랄 데 없는 북측 인력들이 특근비와 사회보장성 비용을 다 포함해 월평균 70달러 임금을 받고 질 높은 완성품을 만드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황우승 신원 개성법인 사장은 “북측 인력의 학력 분포 또한 고졸 80%, 전문대졸 10%, 대졸 10%로 구성돼 기술 습득이 빠르며 업무에 책임을 질 줄 안다”면서 “무엇보다 말이 통한다는 장점이 있어 한국 기업들에 북측 인력은 세계 최고의 노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섬유인들은 “개성은 섬유의 미래”라고 말한다. 섬유인들이 개성에서 미래를 찾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는 데는 글로벌 경영환경의 변화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노희찬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장은 “저임금 인력을 찾아 외국으로 나간 섬유 기업들이 모두 개성으로 돌아올 수만 있다면 한국은 예전처럼 세계 시장의 최강자가 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현한다. 여기까지가 희망이다. 하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밝은 면만 있는 건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개성공단 일반 공장용지를 분양받은 167개 업체 중 13개 회사는 입주를 아예 포기했고 78.5%의 업체가 아직 착공하지 못하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자금난’이지만 진짜 고민은 ‘정치적 리스크’다. 특히 새 정부의 일부 고위 인사들의 발언에 자극받은 북한이 반발하면서 남북관계는 꼬여만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희망만을 믿고 개성에 투자할 기업인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의문이다. 최근 만난 한 섬유인은 “지난해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약속했던 삼통(통행ㆍ통신ㆍ통관) 문제가 아직도 확실하지 않다”면서 “정부가 삼통 등 작은 것부터 조속히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만 보여도 희망의 불씨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푸념했다. 현 정부가 정말 ‘비즈니스 프렌들리’하다면 대기업의 투자ㆍ고용확대만 유도할 게 아니라 개성공단을 포함한 남북 경제협력 활성화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