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명이 넘는 외국인 불법체류자들의 도피행각이 시작된 모양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고용확인이 오는 15일로 마감되면 불법체류자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 뒤따를 것으로 판단, 일단 숨어서 피하고 보자는 식이다. 등록하지 않은 불법체류자들의 이 같은 버티기 작전은 무엇보다 지난 91년 산업연수생 제도가 도입된 이래 16차례나 예고됐던 집중단속이 3D업종 인력난이라는 현실론에 밀려 유야무야된 탓이 크다.
정부가 고용허가제를 실시키로 했으나 사실 불법체류자는 단기간에 해소될 문제는 아니다. 상당수 업종에서는 불법체류자 고용에 따른 불안감이 없어지는 만큼 정부의 금번 조치로 활력을 되찾겠지만 상당수의 외국인 근로자가 체류 4년을 넘긴 일부 업종에서는 숙련공이 사라져 아예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라고 한다. 중소기업주들이 숙련 외국인 노동자들의 도피를 권유하는 것도 일견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세업체들의 인건비 상승이라는 손실까지 감수하면서 모처럼 고용허가제를 도입한 마당에 또다시 과거처럼 불법체류자들을 묵인한다면 외국인 노동자의 합리적 관리라는 당초 목표는 그 의미를 상실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앞으로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엄정한 단속을 위해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단속인원을 늘리는 것은 물론 현재 1,000여명에 지나지 않는 외국인 보호시설의 수용능력도 당연히 확장해야 할 것이다.
물론 불법체류자에 대한 집중단속이 이루어지는 동안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다소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외국인 취업 업종의 경우 한국인이 들어올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불법체류자의 전면해제를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합법적인 체류허가를 받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외국인들이 2만명이나 있는 만큼 우선 이들을 최대한 제조업으로 끌어들이는 노력부터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 고용확인을 받지 못한 외국인의 경우 보다 높은 임금을 쫓아 제조업을 기피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근무여건이나 처우 등이 나아지면 얼마든지 다시 생산현장에 흡수될 수 있는 인력이다.
따라서 중소제조업자들도 외국인 근로자들을 단순히 저임금으로 부린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경제성장과 수출의 동반자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 식구처럼 대하는 적극적인 경영태도야말로 구인난을 해소하고 생산성도 높일 수 있는 일거양득의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고용허가제를 선택한 만큼 과도기의 혼란이 없도록 충실한 대응에 나서는 한편 영원히 눌러앉으려는 불법체류자의 근절에도 단호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혜진기자 has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