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9월 15일] 월가의 달라진 '한국 대접'

월가에서 한국을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2년을 되돌아보면서 신흥시장이 고수익ㆍ고위험 이미지에서 벗어나 재정건전성과 성장잠재력을 인정받는 주요 투자처로 떠올랐다는 기사를 실었다. 이러한 신흥시장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한국이다. 외국인투자가들이 국내 채권시장에서 지난 5월 이후에만 20조원에 육박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이 기사에서 지적한 것처럼 투자처로서뿐만 아니라 투자자로서 한국의 위상도 크게 변했다. 월가에서 내로라하는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들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 내에서 돈줄을 찾기 힘들어지자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계 자금 유치에 안달이다. 지난달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심포지엄 환영만찬에서 김중수 한은총재는 주빈이 자리하는 헤드테이블에 앉았다. 또 김 총재가 잭슨홀로 이동하기에 앞서 뉴욕에서 행한 연설을 듣기 위해 300여명의 월가 관계자들이 몰려들었다. 한은 뉴욕사무소가 주최하는 브라운 백 세미나(brown bag seminar)에 골드만삭스ㆍJP모건 등 주요 투자은행들의 수석이코노미스트가 참석해 미국 경제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것도 당연한 모습이 됐다. 2,7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 가운데 상당 부분을 미국국채 등에 투자하고 있는 한은은 이미 월가의 큰 고객이다. 한국투자공사(KIC)의 투자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내년 국민연금까지 뉴욕으로 진출할 경우 월가의 한국 대접은 더욱 융숭해질 것이다. 2년 전 리먼 사태가 터졌을 때 수출 주도의 한국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이 압도하면서 외국계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달러를 구하기 위해 뉴욕을 찾은 우리 정부의 고위 관리가 터무니없는 금리에 헛걸음을 했던 것을 돌이켜보면 짧은 기간에 얼마나 큰 변화가 일어났는지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을 대하는 월가의 시각과 대접이 달라졌다고 해서 우쭐할 필요는 없다. 그들의 태도가 2년 만에 180도 달라진 것처럼 앞으로 또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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