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재정위기가 새 내각에 대한 신임투표를 계기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국제적인 구제금융 지원여부가 그리스 정부의 긴축의지에 달려 있었던 만큼 그리스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향후 유로존 경제 전반의 위기가 해소될지 여부에 글로벌 금융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가운데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잇따라 회담을 갖고 그리스 위기의 조기 진화를 위한 해법을 찾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1일 저녁(현지시간) 그리스 의회는 파판드레우 총리와 새 내각에 대한 신임 투표를 실시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지난 15일 제 1야당인 그리스 신민주당에 거국 내각 구성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하자 17일 게오르기오스 파파콘스탄티누 재무장관을 경질하고 에반젤로스 베니젤로스를 부총리 겸 재무장관으로 기용한 뒤 새 내각 신임 투표를 제안해 정면 돌파 전략을 택한 바 있다.
앞서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그리스가 향후 5년간 280억 유로 규모의 긴축 재정을 이행해야만 IMF 5차 집행분 및 2차 구제금융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기 때문에 재정긴축을 밀어붙이고 있는 파판드레우 총리가 살아남을 경우 구제금융 논의에 청신호가 켜지게 된다. 또 여세를 몰아 파판드레우 총리가 23~24일 열리는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새 구제금융 패키지안을 이끌어낼 수 있고 30일 의회에서 예정된 재정 긴축안 통과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
하지만 그리스가 앞으로도 정치적 갈등을 지속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당들이 일제히 조기총선을 요구해 그리스 정치권은 급속도로 혼란에 빠지고 긴축논의도 사실상 물 건너 갈 수 있다. 여기에 유로존과 IMF가 그리스 긴축 의지를 문제삼아 구제금융 지원을 또 다시 미룰 경우 7월에 국채 만기가 몰려 있는 그리스가 디폴트에 직면하는 등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새 내각이 신임을 못 받으면 다음 달 3일과 11일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구제금융 논의가 또 다시 난항을 거듭하고 시장은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그리스발 위기가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유럽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나아가 전 세계 경제마저 휘청거릴 수도 있다. IMF는 이날 정례보고서를 통해 "유로존 국가들이 재정위기 문제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을 경우 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global spillover)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의 시선이 모두 그리스에 집중되고 있는 사이 외부에서는 사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장클로드 융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부도위기를 겪는 나라에 대한 유럽안정기금(ESM)의 우선적 채권자 지위(preferred-creditor status)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선적 채권자 지위란 해당 국채에 디폴트가 발생했을 때 다른 채권자에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다. ESM의 우선적 채권자 지위가 해제되면 그리스, 포르투갈 국채로 민간 투자자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G7(주요 7개국) 재무장관들도 크리스틴 라가드르 프랑스 재무장관 주재로 19일 저녁 전화접촉을 한 데 이어 20일에도 2차 전화 접촉을 해 그리스 해법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