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CEO 칼럼] 백척간두 건설산업 살리는 길

최삼규 이화공영 대표 (대한건설협회장)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통해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불을 달성하겠다는 이른바 '4·7·4'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 창조경제 구현, 내수 활성화라는 3대 추진전략도 발표했다.

그렇다면 이 비전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 그것도 3년이라는 충분치 않은 기간 내에 말이다. 정답은 건설산업에서 찾을 수 있다. 건설산업은 다른 산업 대비 생산유발 효과와 고용창출 효과가 매우 크고 내수진작에 가장 직접적인 역할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건설업의 생산유발계수는 2.13으로서 제조업(2.10)과 서비스업(1.75)보다 월등하게 높다. 아울러 고용유발계수도 12.0으로 서비스업(10.8)이나 제조업(6.3)을 훌쩍 넘어선다.


문제는 건설업계가 지금 시린 겨울을 나고 있다는 점이다. 수주난, 채산성 악화, 유동성 위기로 건설업체들은 바람 앞에 선 등불 같다. 자고 일어나면 어제까지 잘나가던 건설업체가 사라져 간다.

건설회복 없인 내수진작 공염불


건설업은 전쟁의 폐허에서 국토를 재건하고 외화를 벌어들여 경제발전의 씨앗을 곳곳에 뿌려준 효자산업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건설업에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가 사라지고 있다. 왜 그럴까. 산업구조의 고도화에 따른 시대적 트렌드 때문일까. 아니다. 현재 건설업 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주체는 정부와 건설업체 모두에서 찾는 것이 옳다. 무엇보다 정부 지원정책에만 의존했던 건설업계가 고해성사의 심정으로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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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건설산업의 비정상적인 규제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건설산업에 대한 규제는 중복 규제가 많기로 소문나 있다. 복잡한 건설생산체계와 원·하도급 관계, 중복되고 산재한 처벌 규정 등으로 건설업을 영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규제 법령만 200개로 단일산업으로는 가장 많기도 하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규제는 건설산업의 시장기능을 악화시키고 업역 간 분쟁을 심화시켜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촉발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대통령 연두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규제 해소를 위한 '규제총량제'를 조속히 도입해 규제에 의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산출해 우선 덩어리가 큰 규제부터 과감하게 철폐해야 한다. 아울러 규제일괄심사제를 도입해 단기적인 규제개혁 성과가 시장에 곧바로 투영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창의적 경영이 보장돼야만 창조경제도 가능하다.

또 침체가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건설시장 정상화도 필요하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비중이 큰 건설업이 부진하면 일자리가 사라지고 부동산 중개업체와 이삿짐센터·공구점·식당은 물론 심지어는 미용실까지 문을 닫게 된다고 한다. 결국 건설산업의 부진은 소비를 줄이고 내수부진을 한층 부추기게 되니 건설시장의 활성화 없이는 내수진작이란 정책목표 달성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새 정부 들어 복지예산을 늘리고 사회간접자본시설(SOC) 등에 대한 투자는 점차 줄이기로 했는데 이는 재고돼야 한다. 특히 종전과 같은 도로·항만·댐 등 대규모 SOC시설이 아니더라도 복지·환경시설과 교량 등 생활밀착형 SOC시설에 대한 투자는 꾸준히 늘려야 한다.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부동산 거래시장도 조속히 정상화해 내수진작의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노후화된 도시에 대한 재생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규제도 과감하게 풀어줄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건설과 관련된 연관산업이 활발하게 돌아갈 때 내수진작과 고용창출 그리고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가 있다.

기업 발목잡는 중복규제 없애야

옛말에 '하로동선(夏爐冬扇)'이라는 말이 있다. 여름 화로와 겨울 부채와 같이 당장은 쓸모가 없으나 언젠가는 긴요하게 쓰일 수 있는 물건을 지칭한다. 동시에 적절한 시기를 놓쳐서 아무런 소용이 없는 말이나 재주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제시한 비전이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건설산업에 대한 지원대책을 다른 산업보다 먼저 마련해 경제회복을 위한 좋은 기회를 잃어버리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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