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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Watch] 남성 콘텐츠 대중문화 키워드로
팔색조의 매력 男子가 궁금하다아이처럼 슬퍼하고 불의에는 분노하고친구처럼 다정하고 외로워도 당당하고
김민정기자 jeong@sed.co.kr
MBC '나혼자 산다' 방송화면 캡쳐
남성출연자 중심 예능 프로 30~40대 여성이 주 시청자부자·부녀 여행이야기 통해 슈퍼대디·이상적 남편 꿈궈軍 생활·싱글남 일상 엿보며 공감대 형성·소통의 문 열어
대중문화 '남자 바람(男風)'의 중심에는 여성 시청자가 자리하고 있다.
여성의 활발한 소비가 부각되는 영역 중 하나가 바로 '문화'다. 남성 출연자 중심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쏟아지는 이유도 주요 시청층이 '여성'이라는 점이 한몫한다. 대부분 각 방송사 황금 시간대에 편성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시청률 타깃을 고려해야 한다. 그만큼 여성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소재로 무장한 예능 콘텐츠를 쏟아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혼자 사는 남자의 라이프 스타일(나 혼자 산다), 금녀(禁女)의 공간 군대를 브라운관에 옮겨온 시도('푸른거탑' '진짜 사나이'), 아이와 끈끈하게 호흡하는 법을 일깨우는 부자·부녀 여행담('아빠! 어디가') 등의 포맷은 예상을 적중했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남성 출연자 중심의 예능 프로그램 4개의 주요 시청층(전국 13개 지역 4월1일∼5월5일 조사)은 '40대 여성'으로 나타났다. '아빠! 어디가'의 경우 14.9%, '나 혼자 산다' 15.9%, '개그콘서트-나는 아빠다' 14.8%, '진짜 사나이' 12.5%로 40대 여성 시청률이 가장 높았다. 프로그램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이들 프로그램에서 2순위로 높은 시청층은 30대 여성이다.
'남자 탐구 생활'에 빠진 여성들, 그 이유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수퍼 대디'(Super Daddy)를 투영하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아빠' 등 남성을 전면으로 내세운 프로그램에 여성 시청자들이 두드러진 관심을 보이는 이유로 "남자들에게 거는 여자들의 기대가 다변화된 현상을 반영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남자든 여자든 뚜렷한 역할 구분 없이 양성평등화가 이뤄지고 있는 오늘날 아버지 역할 역시 단순히 돈을 벌어 경제적으로 뒷받침하는 데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직장 일과 가사 일을 병행하는 '슈퍼 맘' 못지 않게 아이와 잘 놀아주는 남편(아빠 어디가), 육아 문제로 고민하는 남편(나는 아빠다)의 모습 등 1인 다역(多役)을 멋지게 소화해 내는 '슈퍼 대디'가 요구되는 세상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여전히 전통적인 역할론에 머물러 있는 아버지, 혹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이리저리 고된 노동에 치여 함께 시간을 보내기가 힘겨운 아버지와 남편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텔레비전 시청권을 가진 여성 시청자들은 브라운관 속'슈퍼 대디'의 모습을 지켜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이상적인 아버지 혹은 남편에 대한 꿈을 그려 나가기도 한다.
#군대 이야기서 '진짜 남자'와 소통하다
'아빠' 코드, 대중문화 전반에 남풍(男風)이 거셌던 시기는 비단 지금만이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도 어깨가 처진 아버지를 위로하는 '아빠' 코드가 넘쳐났다. 당시에는 무너진 아버지의 권위를 찾고자 하는 한 가정의 가장에 방점을 찍었다면 지금은 '남성의 삶'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는 면에서 다른 양상을 보인다.
'나 혼자 산다'에서는 기러기 아빠인 배우 이성재와 가수 김태원, 노총각 배우 김광규를 비롯해 미혼남인 가수 데프콘, 서인국, 방송인 노홍철 등 6명의 '혼자 사는 남자들'이 등장한다. 서로의 집을 방문하는 등의 최소한의 상황이나 가끔 모여 함께 각자의 삶을 영상으로 구경하는 기본 구성은 있지만 그 외 제작진의 간섭은 없다. 통조림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남자, 홈쇼핑으로 외로움을 달래는 사람, 기러기 아빠로서의 애환 등 이들은 자신들의 소소한 일상을 거리낌없이 드러낸다. '진짜 사나이' 역시 5박 6일의 병영 활동은 물론 군 부대 생활관에 설치된 카메라가 출연진의 행동 하나하나를 24시간 관찰 카메라 형식으로 고스란히 담아낸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교수는 이 같은 프로그램이 특히 여성 시청자의 구미를 당기는 이유로 "엿보기 심리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남자들이 맺는 관계, 이제껏 쉽게 만나 볼 수 없었던 그들의 생활 공간 등에 대한 여성들의 '호기심'이 호재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그간 귀로만 들었던 군 생활을 간접 체험하고 혼자 사는 남자들의 일상을 엿보며 그들이 각자 방식대로 적응해가는 방법론 등을 접하면서 여성 시청자들은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한 방송 관계자는 "남자들의 세계를 조명한 프로그램들이 군대 이야기에까지 여성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이끌어내면서 소통의 장(場)을 연 촉매제 역할을 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