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총선] 박근혜, MB정권과 차별화·巨野견제론 통했다

[선택 4·11 총선] ■ 새누리당 1당 유지<br>민주, 말바꾸기·막말파문 등으로 기회 놓쳐<br>"진보당 급진정책이 보수 결집 계기" 지적도

11일 서울 청운동 경기상고에 마련된 종로구 개표소에서 4^11 총선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개표 결과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여야가 초접전을 벌였다. /이호재기자

새누리당이 4ㆍ11 총선에서 1당을 차지한 것은 ‘박근혜’의 새누리당이 쇄신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화가 어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거야견제론’이 적지 않게 통한데다 대선주자로서의 박근혜의 힘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평이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나서 “혼란과 분열을 택할 것인가, 미래의 희망을 열 것인가”라며 ‘거야견제론’을 펴왔다. 특히 박 위원장 체제로 탈바꿈하며 당명은 물론 경제민주화를 정강정책에 포함하는 등 민생을 위한 쇄신에 나서 적지 않은 호응을 받았다. 야권 단일후보를 내세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양극화 심화 등 민생난과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 등을 들어 ‘정권심판론’을 제기한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었다.

박 위원장은 전날 마지막 선거운동에서 “(야권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하고 한미동맹을 해체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제주 해군기지도 중지하겠다고 한다”며 야권의 급진정책 추진에 따른 혼선 우려와 여소야대가 됐을 경우의 혼란상을 부각시켰다. 나아가 “국민의 행복을 위하고 제대로 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국민을 나누고 분열시키지 않고 모두 다 끌어안고 함께 가겠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야권의 정권심판론에 맞서 야권심판론을 뜻하는 ‘거야견제론’과 함께 약속ㆍ신뢰ㆍ미래ㆍ국민행복을 화두로 삼은 것이다.


더욱이 야권이 정권 5년차에 치러지는 이번 총선의 호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잇따라 ‘헛발질’을 해댄 것도 새누리당 승리의 배경으로 꼽힌다. 민주통합당은 한미 FTA와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놓고 ‘말바꾸기’ 논란에 휩싸이고 공천ㆍ단일화 과정의 잡음, 김용민 막말파문 등으로 ‘정권심판론’을 국민적 관심사로 끌어 올리지 못했다. 오히려 통합진보당을 비롯해 야권이 다소 지나치게 급진적인 정책을 내거는 등 보수층의 결집을 불러온 반면 젊은층과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은 상대적으로 투표장에 많이 나오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의 민생파탄을 심판하자. 새누리당에 투표하면 여러분 밥상은 다시 초라해진다”고 수차례나 강조해왔으나 유권자들의 마음을 절반밖에 얻지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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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숙 민주통합당 사무총장은 “미흡함으로 현정부 여당에 대한 심판의 여론을 충분히 받아내지 못했다. 실망시켜드려 죄송하다”며 “이것이 승부의 관건으로 봤던 (기대 이하의) 투표율에서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이번 총선에서 당초 기대했던 60%에 미치지 못한 투표율(54.3%)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 투표율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46.1%) 때보다 8.2%포인트나 높아졌다는 점에서 야권이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역부족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박 총장은 “국민들이 재벌 특권경제와 반칙과 비리의 정치를 용인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19대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정부여당에 각을 세울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새누리당이 1당을 차지했지만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새누리당에 근접하는 의석을 얻어 경제민주화와 복지강화 등을 놓고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총장은 “민생회복 국회가 돼야 한다. 반값등록금 법안을 제일 먼저 처리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야권연대의 한 축인 통합진보당이 캐스팅보트를 쥐며 대대적인 대여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야권은 “이명박 정부의 모든 것을 뒤집겠다”고 예고한 상태라 한미 FTA 재협상, 민간인 불법사찰, 이명박 대통령 측근 비리와 내곡동 사저 논란 등에 대한 청문회와 국정조사ㆍ특검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여 정국에 회오리바람이 몰아칠 게 분명하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두 당 연대의 주요 축인 통진당이 재벌을 해체하고 한미 FTA를 폐기하며 제주해군기지를 중지시키겠다고 급진적인 주장을 계속할 텐데 혼란상이 얼마나 심하겠느냐”고 우려했다.

새누리당은 재벌개혁과 복지강화 등의 방법론을 놓고 상당 부분 야권과 각을 세우고 있으나 쇄신 이미지를 구축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야당과 청와대 사이에서 등거리 관계를 유지한 채 주도권을 유지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위원장은 ‘대세론’까지는 아니더라도 대선 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

하지만 역으로 국민들의 견제심리가 작동할 경우 꼭 야권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부산ㆍ경남(PK) 지역에서 나름대로 선전했고 범야권 인사로 분류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영향력이 여전한 만큼 얼마든지 역전의 기회가 있다는 분석이다.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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