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이자율 인하 문제를 둘러싸고 금융위원회와 은행들이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다.
금융위는 비록 실수이기는 하지만 엄연히 대부업법 시행령이 개정돼 연체이자율이 낮아진 만큼 은행들도 재개정 때까지 관련규정에 따라 연체이자율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이번 시행령 개정과정에서 은행들의 연체이자율을 규제하는 한은 규정의 근거가 없어져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 단 며칠이라도 연체이자율을 낮추려면 전산 시스템을 전면 교체해야 하는데 전산 프로그램 교체에 한달 이상 걸려 어렵다는 입장이다.
29일 금융위는 “대부업법 시행령에 ‘연체율 25% 상한’ 규정이 삭제돼 연체이자율이 대폭 낮아지는 혼선이 생겼다”며 “그러나 관련 시행령이 다시 개정되기 전까지는 금융기관들이 낮은 연체이자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광수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지난 22일 이후 이전 규정에 따라 이자를 더 많이 낸 고객은 금융회사로부터 이자를 돌려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회사에 지도공문을 발송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이르면 이번주 중 금융위와 금통위를 열어 관련규정을 개정한 뒤 오는 5월4일부터 실수로 내린 연체이자율을 원래 상태로 환원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개정된 시행령을 수용해 연체이자율을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은행들은 만일 정부가 단 며칠이라도 연체이자율을 내리도록 강제한다면 소송도 불사할 방침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연체이자율을 바꾸는 것은 이자의 문제가 아니라 전산 프로그램 변경의 문제”라며 “시스템의 핵심이 이자인데 프로그램 수정에만도 한 달 넘게 걸리고 시스템 에러에 대한 부담까지 커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의 연체이자율 문제를 결정할 권한을 가진 한국은행은 “소급적용(연체이자율 인하 취소)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그러나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고 금통위 날짜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금통위가 연체이자율 인하 취소를 결정한 뒤 시행일을 4월22일로 소급하면 갈등은 해소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금융위와 은행 간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시행되고 있는 법 규정을 소급 적용한다는 데도 반론이 많아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