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주가 향방을 가름하는 주요 매수 주체로 떠올랐다. 이들도 일정 수준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투자수익 극대화에 주력한다. 이런 목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환율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위험기피 성향 등을 꼽을 수 있다. 아무리 주식 투자로 돈을 벌더라도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손을 피할 수 없다면 국내 증시에 대한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단기간에 주가가 큰 폭 올랐다면 추가적인 주식 매입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지난해처럼 선진국 내에서 신용경색 현상이 심화되면 투자위험을 감수하기 어렵다. 당장 발등의 불을 끄느라 해외 주식 투자는 엄두도 내기 어렵게 된다. ◇환율과 밸류에이션에 민감한 반응=외국인 투자가가 국내 증시 투자를 결정할 때 수익성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가 ‘환율’이다. 자국 통화인 달러를 원화로 교환해 주식을 사고 반대로 원화로 표시된 주식을 팔아 달러로 바꿔야 하는 외국인들에게 원ㆍ달러 환율 수준은 환차익(내지는 환차손)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주식시장이 급락했던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코스피와 환율의 상관관계는 -0.902를 기록했다. 이는 환율이 오르면 증시가 내리고 환율이 내리면 증시가 오르는 현상이 10거래일 중 9거래일 넘게 지속됐다는 뜻이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지난 1994년 말 기준 환율(786원50전)을 기준으로 달러로 환산한 코스피지수는 약 779포인트인 만큼 외국인 입장에서는 현재의 주가가 그리 부담스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 들어 환율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환율과 증시의 상관관계는 이전보다 약해지는 모습이다.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환율과 증시 간 상관관계는 -0.76을 나타내고 있고, 특히 이달 들어서는 -0.68로 상관관계가 더 약해졌다. 이와 함께 앞으로의 성장성을 고려한 적정 주가 수준을 뜻하는 밸류에이션 역시 투자 수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최근 일부에서는 외국인의 매수세와 관련해 ‘속도 조절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최근의 단기 급등으로 코스피의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아졌다는 인식 때문이다. ◇위험기피 성향 줄어야 주식 매입 확대=외국인의 국내 투자 포지션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외국인들의 ‘위험기피(감수) 성향’이다. 외국인 스스로 한국 증시 등 상대적으로 투자하기 위험한 지역에 돈을 넣을 수 있을 정도로 투자심리가 개선됐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서브프라임 사태가 본격화된 후 외국인들은 국내 주가 및 환율 등 전통적인 가격변수보다는 위험기피 성향 등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이들의 위험기피 성향이 낮아져야 한국 등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 비중도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됐다. 오대정 대우증권 WM리서치 팀장은 “우리나라 같은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는 해당 국가 자체의 성장 가능성도 중요하지만 전세계 투자자금이 몰려 있는 미국 등 선진국의 위험기피 성향이 완화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으로의 자금유입은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