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G제로 시대' … 국가·기업 이렇게 대처하라

■리더가 사라진 세계

이언 브레머 지음, 다산북스 펴냄


G제로(G0·G-zero)의 시대다. 무슨 얘기냐. G2라 불리는 미국은 1930년대 이래로 가장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져있고 제2의 경제대국인 중국은 경제성장률에 비해 1인당 국민 소득은 턱없이 낮은데다 미국과의 관계도 악화되고 있으니, 일단 G2는 시기상조다. 그렇다면 G7은 어떤가. G7의 핵심이던 서유럽과 일본은 자신들의 경제 위기마저도 버거워하고 있어 어느덧 G7은 '과거의 유물'이 되어버린 듯하다. G20의 경우 정치·경제적 가치를 둘러싸고 지나치게 다양한 입장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긴급 사안이 아닌 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G20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G제로'의 시대는 이같은 상황을 두고 컬럼비아 대학 교수이자 위기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회장인 이언 브레머가 고안한 말이다. 특정 국가나 국가들의 연합이 세계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리더가 사라진 글로벌 리더십의 진공 상태'를 뜻한다. 절대 강자가 없으니 혼란과 분쟁은 늘어가고, 국제통화기금이나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에서 한목소리를 끌어내기 또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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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G제로 시대가 앞으로 최소 10년은 이어질 것"이라고 예견하며, 책을 통해 앞으로 G제로 세계의 변화 속에서 국가와 기업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를 설명한다. 세계 질서의 재편을 두고 저자가 제시한 몇 가지 시나리오가 눈길을 끈다. 미국과 중국이 공조한 G2체제가 있을 테고, 반대로 양국이 대치국면으로 접어든 '냉전 2.0'의 시대도 펼쳐질 수 있다. G20이 제대로 역할하는 조화로운 세계 혹은 G제로의 상태가 지속돼 지역별로 나눠진 분열의 시대도 예측할 수 있다. 저자는 각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하락으로 인한 국제적 무정부 상태를 가정한 극단적 시나리오까지 총 5가지의 미래 가능성을 고려했다.

리더가 사라진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에 대한 해답으로 저자는 "한국과 같은 신흥국들은 여러 나라들과 다양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이른바 '중심축 국가(Pivot State)'가 되어야만 살아남아 발전을 이어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무조건적인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다양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라고 기업들에게 조언한다. 저자는 특히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한국의 기업들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위기에서 기회를 찾으라는 행간의 의미를 잘 읽어야 할 책이다.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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