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빨리빨리 중국, 만만디 한국


우리나라 외과 의사들의 뛰어난 의료기술을 배우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의사들이 늘고 있다. 지난 2~3일 '2011 제6차 복강경외과 연수강좌'가 열린 경기도 성남시청에는 미국∙일본∙대만∙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온 250여명의 의사들로 북적거렸다. 분당서울대병원 의사들이 복강경을 이용해 간∙위∙대장∙갑상선 절제술, 탈장수술, 비만수술을 하는 것을 선명한 화질의 영상으로 지켜보며 집도의와 화상대화까지 나눈 이들의 입에서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국내 대학병원의 로봇수술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박사후연수과정(1년)을 밟는 미국 대학병원 의사(재미동포)도 등장했다. 선진국에서 의료기술을 배워오기 급급했던 한국이 이제는 제한적이나마 '세계 의사들의 사부(師父) 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 師父 국가 속 전공의 부재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이런 소식을 접하고 마냥 기뻐할 수만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우선 외과∙흉부외과∙비뇨기과∙산부인과 등은 내로라하는 수련병원들조차 전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해 격무에 시달리던 레지던트들이 전공을 바꾸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신입 전공의를 1명도 뽑지 못하는 병원들도 적잖다고 한다.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 개원하기 쉽지 않고 의료분쟁에 휘말리기 쉬운데다 건강보험 의료수가가 낮은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뛰어난 손재주와 풍부한 경험을 가진 외과의사들이 은퇴할 무렵에는 우리나라 환자들도 '수입 의사'에게 수술을 맡기거나 해외 의료관광에 나서야 하는 신세가 된다. 이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대한외과학회는 격무에 시달리는 레지던트들의 근무시간을 줄여주고 외과수술보조인력(PA)을 활용하는 한편 레지던트에게 개업에 필요한 내시경∙초음파 기술도 가르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환자보호 차원에서 레지던트의 근무시간을 주당 80시간 이하로 법제화하고 PA를 제도화한 미국처럼 정부가 적극적인 해법을 내놓아야 문제가 풀릴 것으로 보인다. 수출로 성장도 하고 일자리도 만들어온 대한민국에서 성적 우수자들을 블랙홀처럼 빨이들인 의대 졸업생들이 일자리∙국부 창출에 기여하려면 외국인 의료관광 유치, 임상시험과 신약 개발 등이 활성화돼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서비스산업 선진화 과제 가운데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 도입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영리병원 도입을 둘러싸고 불협화음만 노출했고 청와대∙여당은 리더십 부재와 시민단체 눈치보기로 일관했다. 거대 자본을 기반으로 한 대형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기존 병∙의원들이 운영난에 빠질 것이라며 반대하던 대한의사협회마저 제주도 의료특구에 한해 영리병원을 도입하는 방안에 반대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바꿨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 계산에 바쁜 정치권은 관련 법안 논의를 계속 미루고 있다. 영리병원 표류로 中에 밀릴수도 그러는 사이 중국은 대형 종합병원에 대해서도 영리병원을 허용했고 부동산개발 기업인 얀다그룹이 베이징 외곽에 20층 규모의 호텔, 3,000병상급 국제병원, 요양원, 대규모 실버타운을 건설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국내외 유명 의사를 영입할 수 있도록 근로소득세를 15%(고액 연봉자의 일반적 세율은 30~40%) 선으로 낮춰줬다. 프랑스의 유명 불임시술 센터가 들어올 예정이고 심장∙인공관절 수술팀도 외국에서 데려올 계획이라고 한다. 시민단체 등은 영리병원이 국민을 돈벌이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도입에 반대한다는 논리를 편다. 하지만 지금도 의료기관 대부분이 돈벌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지 않은가. 영리법인을 허용하고 세금을 잘 거두는 게 낫지 않을까. 지금처럼 '만만디(慢慢的∙행동이 굼뜨거나 일의 진척이 느림)'로 질질 끌다가는 태국∙싱가포르에 뒤진 의료관광 부문에서 중국에도 밀리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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