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대통령의 리더십

노무현 대통령 집권초기 “‘관저정치’ ‘386정치’를 하고 있다”며 “국무회의나 비서실 회의는 장식용이고 무용지물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야당으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처럼 야당의 맹비난을 받을 정도로 어려웠던 시절 끈끈한 정을 나눴던 노 대통령과 젊은 참모들 사이에 서로 다리를 꼬고 맞담배를 피우며 격의 없고 평등한 토론문화가 형성돼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과거 3김(三金)의 권위적ㆍ제왕적 리더십과 달리 노 대통령의 리더십은 상명하복에 따른 경직성에서 벗어나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는 새로운 정치시대에 걸맞은 ‘탈권위형 민주적 리더십’의 모델로 정의된다. 노 대통령의 측근 참모진용은 과거 지역주의가 기승을 부렸던 의원 시절 동지적 관계를 맺은 부산ㆍ경남 출신 인맥과 민주당 대통령 후보임에도 지지율 급락으로 수모까지 겪을 당시 변함없이 도왔던 선대위 호남 인맥 등으로 크게 구분된다고 할 수 있다. 탄핵사태에 이은 총선압승, 행정수도이전 위헌결정 등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역사적 사건들을 겪는 과정 속에서 청와대와 정계 등지에 포진한 이들 영ㆍ호남의 참모가 상호협력과 견제 속에서 이해를 나누며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을 지켜봐왔다. 그러나 국정운영은 치밀한 시뮬레이션을 거친 후 이뤄져야 한다. 시범운영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시스템과 공식 라인을 통한 의견수렴과 의사결정만이 시행착오를 최소화시킬 수 있으며 이때 비로소 측근 참모의 패기와 공인된 라인의 경륜이 적절히 융합된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다. 비공식 라인에서 이미 결정된 정치적 또는 정책적 사안을 일부 수정ㆍ보완 또는 사후 추인하는 청와대 수석회의가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또한 앞으로 여권의 당권과 지방선거, 그리고 차기 대선후보 결정을 놓고 ‘오월동주(吳越同舟)’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측근 참모들간에 노 대통령 이후 살길을 찾기 위한 갈등이 예견돼 있다. 이들의 행보가 노심의 방향타로 오인됨으로써 여권의 차기 구도에 불화의 요인으로 작용해 혼란을 준다면 민주개혁 세력 분열의 단초가 될 것이다. 과거 ‘수평적 동반자’라는 참모인식에서 탈피한 노 대통령 리더십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초대부터 민정수석을 지낸 한 인사가 ‘비서는 입이 없다’며 노 대통령의 그림자 역을 자임했던 말을 측근 참모들은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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