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재주는 국내 증권사, 돈은 외국계가?

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퉈 ELS(주식연계증권)를 발행하고 있지만 정작 수익은 외국 회사들이 가져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굿모닝신한증권은 지난 21일 263호 ELS 73억원어치를발행했지만 그에 따른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외국계 증권사에서 같은 조건의 상품을사들였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아마도 ELS 판매에 따른 수익을 거의 고스란히 다시 옵션을 사는데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LS(Equity Linked Securities)는 지수 등 기초 자산의 가격변동에 연계해 수익이 결정되도록 설계된 증권으로 지난 2003년 이래 약 4조원어치나 발행됐다. 일반적으로는 구조가 복잡한 파생상품은 판매 수익이 높지만 ELS는 그렇지 못할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ELS를 발행해 놓고 자체적으로 위험을 헤지하지 못해 외국 증권사에서 똑같은 조건의 상품을 되사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현재 국내 ELS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원금비보존형은 대부분 외국 회사에서 ELS를 다시 사오고 있다"고 전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심지어 개별종목 ELS의 경우 최근 외국계에서 너무 많이 사오는 바람에 한도가 소진되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결국 국내 증권사들이 공들여 ELS를 구조화하고 판매해봤자 수익 다각화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스스로 위험 헤지를 못하고 외국 회사에 의존하는 것은 경험이나 능력이 부족한데다 행여 오차가 날 경우 타격이 클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대형 증권사들은 자체적으로 헤지를 하고 있지만 완전히 스스로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일부 개별 주식 ELS는 외국 회사에 의존하고 있으며 굿모닝신한증권도 자체 헤지하는 비중이 절반 정도다. 그나마도 ELS 설계 능력이 부족해 아예 ELS를 외국에서 들여다 파는 경우보다는낫다. 모 증권사는 "시장에서 뒤처질 수는 없고 해서 완제품을 사들여 파는 탓에 거의수익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CJ자산운용 관계자는 "아직도 ELS펀드를 설정할 때 UBS 증권 등에서 ELS를 직접사오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김종수 최윤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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