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벼랑끝 시멘트업계 "자산 팔자" 나섰지만…

당장 급한불 끌 수는 있지만 궁극적 대안은 못돼 미봉책<br>공급과잉·헐값경쟁 막으려면 자율조정 통해 생산량 줄여야


지난 수년간 적자가 누적돼 극심한 경영난에 빠진 시멘트 업계가 자구책으로 보유자산을 잇따라 매각하고 있다. 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제품을 헐값에 팔 수밖에 없는 현 시장구조에서 자산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역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시멘트는 성우리조트를 운영하는 레저사업 부문을 1,184억원에 골프장 운영업체인 관악 외 2개사에 팔았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이번 매각은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밖에도 일부 비핵심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신양회는 지난 6월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광통신부품 제조업체 오이솔루션의 지분 31.5%를 110억여원에 팔았고 업계 1위인 쌍용양회도 2007년 본사 건물을 시작으로 꾸준히 계열사 지분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04년 이후 업황이 하향세로 돌아서 누적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대다수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인력감축ㆍ자산매각 등을 통해 차입금을 줄이려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가 이처럼 벼랑 끝으로 내몰린 일차적 요인은 시멘트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다는 데 있다. 지난해 내수와 수출을 포함한 총 제품 출하량은 4,825만톤으로 공급 케파인 6,200만톤에 못 미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멘트 소비량도 줄어드는 추세다. 실제 1~9월 시멘트 소비량은 3,170만톤으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270만톤) 대비 2.8% 감소한 수치다. 이 때문에 업계는 울며 겨자 먹기로 헐값에 시멘트를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멘트 가격은 현재 톤당 6만7,500원으로 2003년 초반 가격과 동일하다. 게다가 시멘트 제조원가의 3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값이 2003년(톤당 35~40달러)과 비교해 현재(130달러 내외) 3배 정도 인상된 점을 감안하면 제조사 입장에서는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들어 시멘트 가격이 인상돼 그나마 6만원대가 됐는데 이는 이익을 낸다기보다 손실을 줄이는 가격"이라며 "심지어 업체들이 덤핑에 가까운 가격경쟁을 벌였던 전례를 보면 현장에서 이 가격조차 다 받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의 자산매각은 당장에 급한 불을 끌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궁극적인 해법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자산을 매각한 자금으로 당분간은 버틸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시장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돌파구를 찾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이저 업체 중 하나가 죽어야 업계가 살 수 있다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오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업계 자율조정을 통해 생산 케파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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