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여야 합의로 처리한 택시법을 정부가 거부한 데 대해 국회를 무시한 처사라고 목청을 높이지만 이는 온당하지 않다. 재의 요구는 어디까지나 헌법상 보장된 정부의 정당한 권한이다. 입법부와 행정부 간 견제와 균형원리에 입각한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의 일환이기도 하다. 정치권이 신년 초 택시법 통과를 두고 사회적 합의를 마쳤다고 주장하는 대목에 이르면 어처구니가 없기까지 하다. 여야는 입법과정에서 제대로 된 여론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택시법이 대선을 전후해 어떻게든 표만 챙기겠다는 정치권 야합의 소산이라는 점 또한 숨길 수 없는 사실인데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작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국민 대부분이 한목소리로 반대하는 사안을 두고 민의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택시를 버스처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할 명분은 어디를 봐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은 여러 차례 지적돼왔다. 2조원가량의 국고지원은 차치하더라도 택시가 버스전용차선을 들락날락하면서 초래할 교통혼잡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교통사고 위험성도 높다.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게 되면 여객선과 전세버스 같은 유사 교통수단 역시 같은 요구를 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런 식으로 이해집단의 이기주의가 분출하면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국고지원도 나라살림에 큰 부담이겠거니와 법체계와 원칙이 허물어지는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 대통령이 고심 끝에 거부권을 행사한 근본적인 연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면 더 늦기 전에 바로잡는 것이 순리다. 마침 정부도 어려움에 처한 택시업계를 지원할 대안을 제출한다고 하니 절충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민의에 역행하는 택시법은 마땅히 폐기돼야 한다. 택시업계도 무턱대고 파업카드를 꺼내들다가는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자칫하다가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