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경쟁에 대한 비판이 거세자 이동통신 3사가 전략을 수정했다. 요금제와 탈(脫)통신에 무게 중심을 실은 것. '투 트랙(two track)'전략이다. '보조금 경쟁이 소비자와 이동통신사 모두에 득 될 것 없는 출혈경쟁'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된 덕분이다. 최근 이통 3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요금제ㆍ탈(脫)통신 사업 경쟁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의지를 강력히 표명하고 있어 이런 흐름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난 21일 SK텔레콤이 내놓은 'T끼리 요금제'를 신호탄으로 잇따라 신규 요금제가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T끼리 요금제는 SK텔레콤 가입자끼리 무제한으로 음성통화를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다. 이석채 KT 회장은 바로 다음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세계미래포럼 조찬강연 후 기자와 만나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는)KT가 먼저 생각하고 준비하던 것"이라며 "(SK텔레콤의 요금제 내용을)좀 더 살펴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도 "가입자에 최적화된 다양한 요금제와 서비스 출시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KT가 'T끼리 요금제'와 비슷한 상품을 출시한다 해도 동일한 파급력을 갖기는 힘들다. 가입자 수가 2,600만 명인 SK텔레콤과 1,600만 명인 KT의 가입자간 무료통화는 체감효과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KT에서 SK텔레콤의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보다 더 강력한 상품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도 지난 15일 새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부회장은 "데이터에 민감한 이용자들을 위한 요금제를 상반기께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통신 영역에서의 경쟁도 가열될 전망이다. KT와 SK텔레콤은 지난 15일, 22일 주주총회에서 각각 스마트 에너지 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KT의 경우 에너지 진단ㆍ절약 사업, 에너지 이용 합리화 사업을 더했다. SK텔레콤은 사업목적에 기계설비공사업 등 건설업과 기타 부대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고 빌딩 에너지 관리 솔루션(BEMS) 사업 본격화를 천명했다. 양쪽 모두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도시ㆍ건물의 에너지 관리 시스템 솔루션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건물 입주자들이 퇴근할 때 자동으로 조명과 냉난방을 조절해주는 에너지 관리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SK텔레콤과 KT는 지난해부터 자사ㆍ계열사 사옥에 BEMS를 적용한 데 이어 외부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 3사는 최근 수 년간 부동산관리ㆍ교육ㆍ헬스케어 등을 잇따라 사업목적에 추가해 왔다.
이통사들이 이처럼 투트랙 전략에 집중하는 것은 시장 포화와 보조금 경쟁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3사가 연간 보조금에 투입하는 비용은 총 6조~10조원 사이일 것으로 추정되지만, 뺏고뺏기는 난타전으로 인해 최근 2년 동안 연간 시장점유율 변동은 1%포인트 안팎에 불과하다. 밑 빠진 항아리에 열심히 물을 붓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