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정태영의 '페북 경영' 노림수는

회사 문제점 SNS 올려 CEO 직접 나서 개선

소비자에 혁신성 전달 기업 이미지로 이어져



"콜센터 직원의 고객님 사랑합니다? 거북하다." "업무효율을 해치는 공공의 적은 파워포인트(PPT)."

우리나라에서 최고경영자(CEO)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리는 것은 여전히 생소하다. 하지만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을 이끌고 있는 정태영(사진) 사장은 다르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하루에도 한 두건 이상은 꼭 사진과 글이 올라온다. 상품 광고나 이벤트에 관한 홍보뿐만 아니라 기업 문화에 대한 지적, 경영과 관련된 솔직한 발언까지 쏟아진다.

CEO가 직접 나서서 회사 내부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굳이 SNS에 털어놓는 이유는 뭘까.

지난 4일 정 사장의 페이스북에는 "본부별로 순차적으로 돌아가며 한 달간 파워포인트 절대 사용금지 기간 설정… 전화나 e메일로 간단히 알리면 될 일도 PPT를 써야 멋있거나 정중한 것처럼 생각하는 잘못된 문화를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나도 대찬성."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앞서 1일에는 자사 콜센터를 이용한 후기가 올라왔다. 그는 "콜센터 상담하는데 몇 분 동안 고맙다라는 말 지나치게 많이 한다. 한두번은 고맙다라는 말이 고마운데 그 이상은 의미 없고 지루하다. …이왕 말 나온 김에 고객님 사랑합니다 고객님, 힘내세요 같은 인사말도 거북하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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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신입사원 면접을 한 뒤에는 "잘 꾸며진 모범답안을 암기해 듣기가 민망할 정도" "모호하고 개념적인 질문들에 대해 회사가 반성하고 재검토 필요"와 같은 의견을 올리는가 하면 현대카드로 기업문화 탐방을 온 다른 회사가 선발대를 보내 강연실 좌석에 임원들의 이름표를 서열순으로 붙이는 것에 대해 "왜 임원들이 꼭 서열순으로 앉아야 하는가"라고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회사 안팎에서는 그의 이런 모습을 고정화된 틀을 깨기 위한 혁신의 방식이라고 평가한다. 정형화한 틀에 얽매이는 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고 의사 결정의 속도 또한 현저히 느려진다는 것이다. 현대카드가 유달리 '디자인 경영'에서 앞서 있는 것도 이와 연결돼 있다.

일부에서는 '오너 CEO'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전문경영인이라면 오너의 눈치 때문에라도 '파격'을 외치기 힘들다는 뜻이다.

의사 결정의 자유로움은 때로 경쟁사를 향해 정면으로 화살을 겨누는 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달에는 현대카드를 향해 '2등 전략'이라고 한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의 발언에 대해 "우리는 언제까지나 2등만 하겠습니다"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이장혁 고려대 경영학과교수는 "TV나 신문지면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있는 반면 SNS는 사장이 직접 회사가 추구하는 경영 철학과 소비자상을 고객·잠재고객에게 무제한으로 또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장"이라며 "특히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카드업체에서 정 사장처럼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은 경영자가 SNS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효과가 훨씬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회사 내부 이야기를 드러낸 것 역시 소비자에게 CEO가 직접 나서 현장의 미비점을 개선한다는 진정성과 혁신을 보여줄 수 있고 이는 그가 경영하는 기업 역시 혁신적이고 다를 것이라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심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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