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은 6일(현지시간) 전체회의를 열어 찬성 56표, 반대 26표로 재닛 옐런(67·사진) 연준 의장 지명자의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마지막 관문을 통과함에 따라 옐런은 벤 버냉키 의장의 뒤를 이어 다음달 1일부터 4년간 연준을 이끌게 된다. 지난 1963년 고등학교 신문 편집장 시절 자신을 스스로 인터뷰해 교지에 싣는 등 괴짜 기질도 있었던 여고생이 '유리천장'을 뚫고 올해 연준 창설 100주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의장에 오르는 것이다.
또 1979년 취임한 폴 볼커 전 의장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원 의장이 되는 동시에 부의장이 의장으로 승진하는 첫 사례다. 연준 의장은 미 대통령보다 세계 경제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치는 막강한 자리다. 최근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4년을 이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옐런 의장 지명자를 꼽기도 했다.
영향력이 큰 만큼 도전과제도 혹독하다. 물가안정보다 고용을 중시하는 옐런은 2010년 부의장 취임 이래 버냉키 의장과 함께 양적완화(QE)와 초저금리 기조 등을 주도해 당분간 통화완화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임기 동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뿌려댄 3조달러의 유동성을 회수하는 한편 현재 제로 수준인 기준금리도 정상화해야 한다.
당장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옐런 앞에 놓인 시험대다. 연준은 이미 지난해 12월 채권매입 규모를 기존의 850억달러에서 750억달러로 줄였다. 블룸버그가 최근 이코노미스트 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준은 올해 일곱 차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연말까지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끝낼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테이퍼링 속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축소조치가 너무 빠르면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고 너무 느리면 자산 버블이나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성이 강한 FOMC 이사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것도 과제다. 특히 올해는 매파 인사인 피처드 피셔 댈러스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연은 총재가 FOMC 투표권을 갖게 되면서 옐런 의장 등 비둘기파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차기 연준 부의장으로 유력한 스탠리 피셔 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도 변수다. 그는 연준의 양적완화를 옹호하면서도 옐런이 주도한 포워드가이던스(선제안내)에 대해서는 '너무 복잡해 시장의 혼란을 부를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피셔 전 총재는 버냉키와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의 스승으로 FOMC 이사들이 쩔쩔맬 정도의 카리스마를 가진 만큼 옐런도 그의 의견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옐런 의장은 공화당의 연준 개혁 움직임을 저지해야 한다. 현재 공화당은 연준의 천문학적 돈 풀기로 재정긴축의 효과가 떨어진다고 보고 연준의 구조·권한 등에 사상 유례없이 혹독한 메스를 들이대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래저래 전세계 금융시장은 옐런이 오는 3월18~19일 첫 FOMC 회의를 주재한 뒤 어떤 조치와 발언을 내놓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