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전지현의 세상스케치]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이 우선인가

전지현 변호사

전지현 법무법인 비전인터내셔널 변호사

정홍원 국무총리가 갖은 우여곡절 끝에 26일 끝내 유임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지난 4월27일 사의를 표명한 지 60일만이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개혁 의지가 의심스럽다’는 등 비판이 거세다. 여하튼 하루빨리 국정 운영이 정상화되기를 기대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다른 국무위원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논문 표절이나 재산 증식 등과 같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2기 내각 인사를 ‘인사 참사’로 규정지으며 박대통령을 향해 내각의 전면 재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강한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에 대해 여당은 인사청문회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청문회가 후보자의 능력에 대한 검증보다는 신상 털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후보자의 신상 문제는 비공개로 하고 정책은 공개하는 ‘투트랙’으로 가자는 것이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인사권한 남용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현행법상 국무총리 등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몇몇 인사를 제외하고,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결과에 구속받지 않고 독점적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의회는 인사청문 절차를 통해 지명된 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견제기능을 수행한다. 다만 이러한 견제는 어디까지나 후보자의 공직 적합성 검증을 목표로 구체적 사실에 근거하여 이루어질 것을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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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인사청문제도는 지난 2000년에 시작됐다. 2002년에는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지명한 총리 후보였던 장상 당시 이화여대 총장과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사장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불거져 국회 동의를 얻지 못한 사례가 있다. 이후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낙마하는 고위공직자들이 계속 늘어나다가 현 정부에서는 아예 대통령이 지명한 4명의 총리 후보자 중 현 정 총리만 총리직을 수행할 정도로 많은 고위공직자들이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인사청문회는 적절하게 운용될 때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견제하는 것 외에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대상자인 국무위원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등의 순기능이 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악용될 경우 인사청문회장이 정쟁의 대상이 되고 후보자의 신상 털기에 초점을 맞추어 후보자와 그 가족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후보자는 평생 쌓아올린 업적을 한 순간에 잃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이다.

인사청문제도의 폐해는 제도 자체가 아닌 운용 과정에서 발생한다. 국정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국무총리나 국무위원들에게는 기본적인 능력 외에도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된다. 그런 만큼 의회가 후보자를 검증하고 국민에 알리는 절차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대의민주주의 및 권력통제 원리에 부합한다.

문제는 인사청문회가 정쟁의 장소로 악용되었을 때 발생한다. 그러므로 여당은 무조건적인 정부 편들기를 삼가고 합리적 토론과 대안책을 제시함으로써 야당을 설득할 책임이 있다. 야당 또한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서 객관적 견제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과거 한국 정치사에서 야당의 역할이 대정부 투쟁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면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반대를 위한 반대 내지 후보자 흠집 내기에 주력해서는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없다.

‘미니 총선’이라는 7·30 재보궐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긴장감은 더해가고 있다. 인사청문회장에서 여야 모두 후보자의 공직 적합성 검증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기를 기대한다. 인사청문제도의 개선 여부는 결국 여야 의원들의 운용에 달려 있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그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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