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환매조건부채권(RP) 틈새상품으로 인기

안양에 사는 주부 김세미씨(36)는 1억원이 조금 넘는 여유돈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를 놓고 고민이다. 마땅히 투자해야할 상품이 없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상황이 워낙 안좋아 위험하고, 은행은 초저금리 행진을 이어가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게다가 그동안 인기를 모았던 초단기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마저 SK글로벌 사태로 믿을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엇보다도 안전성을 최우선시하되 그 가운데서도 조금이라도 수익률이 좋은 상품을 선택하는게 바람직하다. 환매조건부채권(RP)은 이런 상품중의 하나로 최근들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RP는 증권사(은행)가 일정기간이 지난 뒤 고객들로부터 확정금리로 다시 되사는 조건으로 판매하는 채권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증권사에 일정기간 돈을 예치한 뒤 만기 때 확정금리를 돌려받는 구조로 채권 투자의 약점인 환금성을 보완한 금융상품이라고 보면 된다. SK글로벌 사태 이후 투신권의 MMF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대부분 은행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조금 더 재테크 감각이 있는 사람들은 MMDA보다 훨씬 금리가 높은 RP를 선택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대한투자신탁증권의 권오병 영등포지점장은 “SK사태 이후 MMF에 대한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안전한 금융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확정금리이면서 상대적으로 고수익이 보장되는 RP가 틈새상품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 김대현 영업전략팀 부장도 “최근 들어 금융상품 판매 창구에 RP를 찾는 고객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며 “RP는 확정금리형 상품으로 투신사의 MMF나 단기채권형 펀드의 수익률보다는 낮지만 은행의 MMDA 금리보다는 월등히 높다”고 밝혔다. 현재 각 증권사들이 판매하는 RP의 수익률은 평균 1개월에 연 4.0~4.3%선이며 2개월은 4.3~4.4%, 3개월은 4.4~4.6% 수준이다. 이는 은행의 MMDA 금리가 하나은행 기준으로 3,000만원 미만 1%, 5,000만원 미만 2%, 1억원 미만 3%, 1억원 이상 3.8%인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다만 가입금액이 대부분 1억원 이상으로 제한돼있어 소액투자는 어려운 게 단점이다. 증권사로서는 이 자금으로 주로 국공채 등을 매입해 만기를 일치시키는 방식으로 운용하는데 소액 투자의 경우 이를 관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입을 하려면 증권사 창구에 가서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으로 실명확인을 한 뒤 돈을 예치하기만 하면 된다. 찾을 때는 통장을 가지고 창구에 가야 된다. 증권사들은 고유계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한도 내에서 RP를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무한정 고객을 받지는 못한다. 따라서 가입하기 전에 판매가 가능한 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현재 RP는 대부분의 증권사에서 취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RP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증권사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예치기간은 통상 1개월 단위로 돼있지만 몇몇 증권사는 1주일 단위까지 확대해 수시로 사거나 되팔 수 있다. 하나 주의할 점은 1년 이상 장기투자할 경우다. RP에 돈을 맡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1~2개월 안팎의 단기 투자가들이어서 어느 증권사에 맡겨도 그 기간 중에 증권사가 망하지 않는 이상 환매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1년 이상 장기투자의 경우 증권사를 고를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증권사가 망할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돈을 맡기는 기간과 금액 등을 감안해 이왕이면 안전한 증권사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한기석기자, 김상용기자 hank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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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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