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글로벌 회계법인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딜로이트, 언스트앤영, KMPG, PwC 등 '빅4'에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빅4'를 대상으로 컨설팅 업무 중단과 공정 경쟁 촉구를 골자로 하는 규제안을 마련해 오는 11월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FT가 단독으로 입수한 규제 초안에 따르면 EC는 우선'빅4'가 컨설팅과 자문 등 비회계업무 활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초안서에서 EC는 "비회계업무 수주를 둘러싸고 회계법인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대형 회계법인은 컨설팅과 자문 등 법에 명시되지 않은 업무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세부 규제사항으로는 대차대조표상 총자산액이 10억유로 이상인 회계법인의 경우 '협동감사'를 실시할 회계사 2명을 반드시 고용하도록 했다. 2명중 1명은 반드시 '빅4' 출신이 아닌 인사를 뽑아야 한다.
또 회계사들은 앞으로 '의무 로테이션' 정책에 따라 한 회계사에서 9년이상 근무하지 못하도록 했다.
EC가 '빅4' 회계법인에 칼을 빼든 것은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을 중심으로 제2의 금융위기가 재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셸 바르니에 EU 역내금융시장 담당집행위원은 "빅4 중심으로 회계법인 시장이 편성돼 회계감사가 느슨해지면서 금융위기가 재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규제안을 적극 지지했다.
또 세계 회계시장에서 중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BDO와 RSM 등 회계법인이 올해 초 "빅4의 회계법인 시장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다"며 EU 집행위에 개입을 촉구한 점도 규제안 마련의 계기가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빅4가 직격탄을 맞는 것 물론 업계 구조조정이 가속화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비회계업무가 '빅4'업체 수입의 3분의 2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딜로이트의 대변인은 "이번 조치는 회계감사의 질을 떨어뜨릴뿐 아니라 기업들의 회계 비용을 더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