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요초대석] 오상현 대한손해보험협회장

대담:김희중 경제부장 jjkim@sed.co.kr "손해보험사가 부당한 이익을 계약자나 대형 대리점에 제공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영업해야 하는 것은 업계는 물론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리베이트와 같은 불필요한 경비를 줄이면 결국 자동차보험을 비롯해 각종 보험료가 인하되지 않겠습니까. 손보사와 계약자 모두가 윈ㆍ윈(winㆍwin)할 수 있는 영업환경을 정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큰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상현 손해보험협회 회장은 인터뷰 내내 투명한 모집질서 정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뒷거래가 없는 영업이 뿌리를 내려야 손보사의 체질도 강화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계약자에 대한 서비스수준도 한단계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오 회장은 "올 한해가 손보사 모집관행 개선에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업계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정도경영이 정착할 수 있는 토대를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손보협회장 취임 후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요. ▲무엇보다 보험업법 개정과 관련해 업계의 생존차원에서 정책당국에 보다 적극적으로 업계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업연금에의 참여, 변액보험의 판매 등 손해보험 사업영역 확대 등이 그것입니다 이와 함께 다른 부문에 상대적으로 불공평한 예금보험료, 신용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손보사의 사업비부담 요인에 대한 근본적인 시정을 정책당국에 요청하는 등 회원사 수익구조 개선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자동차보험료가 자유화된지 2년이 다 돼가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보험사간 경쟁도 심해지면서 출혈경쟁과 리베이트 제공 등 부작용도 많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선진국의 경우 가격자유화를 시행한 후 초기 과열된 가격경쟁으로 파산하는 회사가 생기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가격 뿐만 아니라 서비스강화 및 다양한 상품개발 등 회사별로 차별화된 경쟁이 이뤄지고 있어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종목에서는 과당경쟁으로 보험모집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부작용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협회에서는 손해보험업계가 공정한 경쟁의 틀 속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사실 다른 현안도 많지만 최근에는 건전한 모집질서가 정착될 수 있도록 회원사의 합의를 끌어내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올 한해 협회와 회원사가 노력하면 새로운 영업관행이 손보업계에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손해보험은 자동차보험 보상과 관련해 적지않은 민원이 발생되고 있기도 합니다. 손보사에도 개선할 점이 있고 국민들에게 손해보험을 올바로 알리기 위한 방안도 필요할텐데 어떤 구상이 있는지요. ▲운전자, 피해자, 병원, 정비공장 등 이해당사자가 많은 자동차보험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민원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민원을 제기한 내용 가운데 70%는 보험에 대한 설명이나 정보가 부족해서 발생했던 것입니다. 따라서 협회에서는 소비자들이 보험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고 있으며 손해보험에 대한 홍보를 바탕으로 민원을 최소화하여 궁극적으로는 손해보험의 공익적 이미지를 개선시켜 나가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통사고율은 88년 올림픽, 지난해 월드컵과 같은 국가차원의 행사 전에는 급격하게 떨어졌다가 이후 급격히 다시 증가하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교통사고율을 떨어뜨릴 수 있는 방안이 없을까요. ▲우리 손보업계는 지난 89년부터 15년간 약 2,200억원을 투입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각종 사업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2001년 이후 2년간 교통사고 사망자가 3,000명 이상이나 줄어들었습니다. 예방캠페인이 상당히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증거지요.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OECD 국가 가운데 최고의 교통사고율을 기록하고 있는 교통사고 후진국입니다. 교통사고 발생요인은 크게 운전자 측면과 도로환경적 측면으로 구분되는데, 운전자 측면은 교통법규위반자에 대한 철저한 단속이 가장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또 도로환경적 측면에는 위험도로 개선과 4차선이상 국도의 중앙분리대 설치여부가 사고 감소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각 지역의 사고다발 지점을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중앙분리대를 설치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습니다. -보험금 지급의 실손(實損ㆍ실제로 입은 손해)보상원칙을 생명보험상품으로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을 포함해 생렌訓린?영역철폐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보험현실이 생보사 위주의 기형적인 구도임을 감안할 때 양업계간의 제한없는 영역철폐는 손ㆍ생보간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켜, 다수 손보사의 파산사태를 초래하고, 손해보험 종사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여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예상됩니다. 따라서 이번 보험업법 개정시 손렌訓린?균형발전 및 보험정책의 일관성 유지차원에서도 양업계의 영역철폐는 종합적으로 심도있게 고려돼야만 합니다. -독일 알리안츠그룹이 국내에 손보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영업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외국계 손보사의 본격적인 진출에 앞서 국내손보사들도 대비를 서두러야할 것 같습니다. ▲아직 국내진출 외국계 손보사의 시장점유율은 1%에도 못 미치고 있어 일본을 비롯한 다른 선진보험시장에 비해 높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13개사인 국내손보사 수와 비슷한 11개 외국계 손보사가 이미 진출해 있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진출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여 향후 손보시장의 영업환경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국내 손보사들의 경쟁력강화가 시급한 실정입니다. 외국계 손보사에 비해 국내 손보사가 열세에 놓여 있는 자본력과 브랜드 분야의 우위확보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자본력과 계약심사 및 인수(언더라이팅) 부문은 단기간에 외국사보다 우위에 서는 것이 어려우므로 수익확대와 서비스 향상으로 외국사와의 격차를 줄여 나가는데 중점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오는 8월부터 은행에서도 보험상품을 파는 방카슈랑스(bancasurance)가 시작됩니다. 방카슈랑스가 손해보험업계와 손해보험 고객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또 방카슈랑스와 관련해 정책당국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현재 우리 업계는 국내 경제환경과 국민정서를 감안할 경우 오히려 방카슈랑스가 향후 손보산업에 상당한 위기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정책당국이 기업성보험을 1단계부터 허용한다면 손해보험사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희 업계는 정책당국이 보다 균형된 시각으로 각 금융권이 공정한 여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정책적 뒷받침을 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손보사의 보험금신탁, 신용카드 업무허용, 변액보험취급허용, 기업연금참여 등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주었으면 합니다. ■ 발자취 오상현회장을 아는 사람들은 그를 업무추진력이 강하고, 폭넓은 행동반경과 다양한 경험의 `경영인`으로 평가한다. 그는 조부가 독립투사이자 제헌국회 의원이었던 호남 명문가 출신으로 30대 후반의 나이로 정계에 입문했다. 당시 민한당에 입당해 80년대 중반 11대 국회의원(진안ㆍ무주ㆍ장수)을 지내면서 민추협 활동 등 반독재투쟁에 10여년 동안 헌신한 정치인 출신이다. 그러나 정치 입문 전에는 오랫동안 기업에 몸담았다. 전주 MBC 이사로 언론계에서 출발한 이래 1970년대 후반 대우그룹 기획조정실에서 상무이사로 일하면서 한때 대우그룹이 세계경영을 할 수 있는 터전을 닦았다. 또한 풍국정유 대표, 동남건설, 동남산업 회장으로 기업을 경영해 성공하는 수완도 발휘했다. 정계를 떠나 공기업인 한국화재보험협회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노사화합과 경영혁신을 통해 10년간의 고질병이던 만성적자를 단기간에 흑자로 돌려놓은 성공담은 세간에 회자되는 유명한 일화다. 손해보험협회장으로 부임해서는 업계의 첨예한 대립으로 실마리를 찾지 못했던 모집질서 확립문제의 대안을 제시해 업계의 합의를 끌어내고 있다. 아울러 민간금융단체로는 최초로 중국보험협회와 상호업무협정을 체결하는 보험외교에도 큰 업적을 일구고 있다. 경영인에서 정치인으로, 정치인에서 다시 경영인으로 변신을 거듭했지만 그는 이제 정치인으로 불리기보다는 영원한 경영인으로 불리우고 싶어한다. 험난한 금융격변기를 헤쳐 갈 보험업권의 대표로 오회장이 각계의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약력 ▲1940년 전북 진안생 ▲전주공고ㆍ한양대 원자력공학과졸업 ▲육군소령 예편 ▲전주MBC 고문 ▲풍국정유 사장대우 고문 ▲제11대 국회의원 ▲21C국정자문위원 ▲한국화재보험협회 이사장 ▲대한손해보험협회 회장 ■ 내가 본 오상현회장 - 유치송 헌정회장 오상현 회장을 생각할 때마다 그 집안내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조부인 고 오기열 님은 일제의 감옥에서 모진 옥고를 치르다가 해방을 맞아 제헌국회의원이자 전북대표 반민특위 위원으로 친일파 청산에 앞장서신 분이다. 민족지도자 해공 신익희(당시 국회의장) 선생을 모셨던 까닭에, 필자로서는 님의 민족주의적 행보를 생생히 지켜볼 수 있었다. 중앙고보와 연희전문 상과 출신으로 고하 송진우 선생의 수제자였던 선친 고 오재천 님도 자유당 정권에 맞선 민주당 창당시, 창당발기인으로 반독재 투쟁을 주도했던 정치가셨다. 오 회장이 나중에 필자와 인연을 맺어 정계에 입문한 후 11대 국회의원을 지낸 것도 이렇듯 나라를 근심하는 선비의 가풍과 세상을 경영하는 정치환경이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 역시 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으며 군사독재시절 민주세력의 분열을 반대해 호남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통일민주당에 남아 낙선을 묵묵히 감수한 때도 있었다. 사람 됨됨이가 영달을 바라보는 교활함에 있지 않고 정도를 걷는 순박함에 있다는 것이 내가 아는 그의 정확한 면모다. 그는 본래가 경영인이다. 70년대 후반에 대우그룹의 기획담당 임원으로 그룹을 승승장구토록 하는데 크게 기여했으며 몇 개의 기업과 기관 대표로 경영활동을 아주 잘 수행했다. 현재는 손해보험협회장으로 많은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보험업계로서는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정리=박태준기자 june@sed.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