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선거로 일컬어지는 인도 총선의 막이 오른 가운데 외국인 투자가들은 구자라트 주지사인 나렌드라 모디가 이끄는 야당 인도국민당(BJP)의 승리에 베팅하고 있다. 친시장주의자인 모디는 이번 선거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예상되는 청년·여성층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도 루피화 환율은 전날 달러당 60.1250루피를 기록했다. 지난 1월 말 이후 불과 한달여 만에 4% 넘게 통화가치가 올랐다. 이달 초에는 2013년 중반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60루피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외국인들이 지난 한달간 53억달러를 인도의 주식과 채권시장에 쏟아부으면서 루피화가 강세를 나타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보도했다.
인도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실시 이후 이머징국가에서 외국인들이 자금을 회수하며 큰 타격을 받은 5대 취약국(인도·인도네시아·터키·브라질·남아프리카 공화국) 중 하나였으나 지금은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폭 축소와 인플레이션 완화 등 실물지표가 개선된 점이 직접적인 배경을 꼽힌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인도의 경상수지 적자는 4~5% 수준까지 치솟았으나 최근에는 2%선으로 축소됐다. 지난해 11월 11.2%까지 치솟았던 물가상승률도 2월 기준 8.1%로 내렸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가들이 더욱 주목하는 점은 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 인도 사회의 변화다.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2000년 이후 경제성장의 수혜를 받은 인도 청년층과 여성들이 이번 총선의 강력한 유권자층으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인도는 지난 몇년간 젊은 인구가 급증하면서 12억 인구의 절반을 26세 이하가 차지하고 있으며 2009년 총선 이후 새로 유권자로 등록된 1억명의 청년층은 이번 선거에서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수준이 높아 정치적으로는 민주사회에 대한 의식이 강하고 경제적으로는 풍족한 삶을 갈망하는 이들이 향후 인도 정치·경제 발전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변화를 바라는 젊은 중산층은 여권이 제시하는 복지제도보다 야권에서 내세우는 경제성장을 통한 일자리 확대에 공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표심이 반영돼 친시장·친성장을 강조하는 모디가 정권을 잡으면 선거 이후 민주주의 발전과 시장경제를 위한 개혁이 본격화되리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FT는 "모디의 압승 여부에 따라 연정구성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디는 7일 총선 개시일에 맞춰 일자리 창출, 외국 기업 투자 승인, 세제 간소화, 신도시·철도 구축 등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춘 공약들을 발표했다.
한편 인도 총선에서 첫 투표지역 유권자들의 참여 열기가 뜨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7일 하루 동안 동북부 트리푸라주 1개 지역구와 아삼주 5개 지역구 투표 결과 평균 79%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특히 트리푸라와 아삼 투표에는 젊은층과 여성 유권자들이 많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총선은 이날부터 9단계에 걸쳐 다음달 12일까지 실시되며 개표는 같은 달 16일에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