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1월 4일] 산학협력은 신성장동력의 탯줄

산과 들녘을 온통 아름답게 물들이는 단풍의 계절임에도 녹색성장의 바람이 거세게 부는 듯하다. 우리나라는 물론 선진 각국의 최대 화두는 녹색성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의 기회에 대한 확신 때문일 것이다. 녹색성장의 핵심은 바로 녹색기술이다. 새로운 융합 신기술인 녹색기술은 미래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자 엔진이며 이는 결국 목적 지향적인 정보기술(IT)-바이오기술(BT)-나노기술(NT)의 융합기술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IT 분야는 현재 세계 최고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BT와 NT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10위권 정도의 성과를 갖고 있다. 즉, 현재의 기술력만 본다면 분명 세계 시장에서 도전적으로 경쟁에 뛰어들 만한 수준으로 보인다. 아이디어 구체화 시스템 구축을 그러나 문제는 현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녹색성장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성장 패턴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다양한 아이디어가 창출되고 배양될 수 있는 인큐베이터와, 아이디어들이 구체화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이렇게 체계화된 아이디어 또는 기술이 이전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상업화센터와 시장의 창출도 빼놓을 수 없다. 어찌 보면 이것이 오늘날 산학협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대학의 역할이 교육과 인력양성, 연구에서 랩벤처, 스핀오프(주식회사 조직 재편성 방법으로 모회사에서 분리ㆍ독립한 자회사 주식을 모회사 주주들에게 배분하는 것), 산학협력 등과 같은 기술이전과 상용화 영역을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산학협력의 구심역할이 요구되는 대학 산학협력단은 대부분 연구처 기능을 포함하고 있는가 하면 많은 연구과제를 관리하면서 외부기관의 연구논문 위주 평가지표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대학과 산업체의 협력을 주선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내실을 보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정부에서도 대학의 기술이전전담조직(TLO)과 산학협력기술지주회사에 대한 지원을 통해 구체화한 기술의 산업화·상업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보완해야 할 부분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아이디어를 체계화한 인큐베이션 과정이 결여돼 있어 산업계와 학계가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산학협력은 대학과 기업의 요구를 고려한 기획 하에서 진행되는 산학협력이라기보다는 대학과 산업체 사이에 시각 차이가 존재하는 '블라인드 미팅(Blind meeting)'으로 이뤄지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미 구체화한 기술의 상업화 단계인 TLO의 전 단계 즉, 산학의 지속적 교류를 통한 공감대 하에서 기획된 아이디어의 창출 및 배양과 구체화 단계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TLO 사업과 더불어 대학의 산학협력단 내에 가칭 'IGE (Incubator for Growth Engine)'를 지원하는 사업 등을 추진해 TLO와 연계시키는 것도 산학협력의 활성화를 위한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MIT의 미디어렙이나 오래전 스탠퍼드 대학에서 시작했던 스탠퍼드리서치연구소(SRI)가 실리콘 밸리의 성장엔진으로 작동할 수 있었던 것도 IGE처럼 아이디어가 창출·시도되고 구체화, 상업화 되는 일련의 과정이 연계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핀란드의 노키아 모델 등이 전부 아이디어 인큐베이션 과정을 거쳤다는 점 또한 IGE 개념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 녹색성장 구현에 일익 담당케 오는 11월 5~7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산학협력!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든든한 뿌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09 산학협력 엑스포'가 개최된다. 국내 최대 규모의 산학협력 축제의 장인 이 자리를 통해 한국경제 성장의 뿌리인 산학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더 나아가 산학협력의 주체인 산학협력단들이 국가 신성장동력의 탯줄 역할을 확실히 수행해 녹색성장의 성공적 구현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도록 대학이 노력하고 정부가 지원하고 산업계가 협조하는 선진적 시스템이 하루빨리 정착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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