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와 차한잔] 김정중 현대산업개발 사장

"주택·SOC사업 비중 늘릴 것"


“회사를 더 성장시키기 위해 매출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정부의 아파트 분양가 규제로 주택업계가 잔뜩 위축된 상황이지만 김정중(64ㆍ사진) 현대산업개발 사장은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현대산업개발은 재무 안정성을 최우선에 둔 경영에 주력해왔지만 이제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가겠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지난 1ㆍ4분기에는 김포 장기지역 부지 수용에 따라 실적이 저조했지만 올해 예정된 대형 프로젝트를 예정대로 수행하면 올해 3,469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며 “주택 부문의 자체사업 비중을 높이고 도로ㆍ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의 외형도 적극적으로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현대산업개발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초대형 프로젝트는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일대에 추진 중인 복합단지 개발사업. 총 1만4,000평 규모로 최고 70층 높이에 주상복합 3개 동 1,700가구와 호텔, 컨벤션 센터, 스포츠 콤플렉스 등이 들어선다. 김 사장은 “오는 9월 분양가상한제 시행 전에 필요한 인허가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국내 최고의 주거시설과 관광산업시설을 개발, 유치해 부산을 대표하는 초고층 복합단지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산업개발은 내년 이후에도 대형 개발사업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내년에는 30만평 규모의 수원 권선지구 도시개발사업을 통해 6,000여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그는 “내년 중 도시 전체를 건설하는 자체사업을 2~3곳 정도 벌일 생각”이라면서 “지난 99년 분양가가 자율화되기 전에 최고 50%까지 차지했던 자체사업 비중을 다시 이 수준까지 높여나가겠다”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뿐 아니라 대형 건설사가 모두 주택사업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직접 시행에 나서면서 토지매입 경쟁도 점차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 사장은 이에 대한 돌파구로 ‘공공ㆍ민간 공동택지개발사업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관 합동사업을 추진하면 토지취득이 빨라지고 토지비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업계에 30년간 몸담았던 김 사장은 9월 분양가상한제 이후 주택시장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그는 99년 분양가 자율화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파트의 프리미엄이 다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제도 시행으로 분양가가 시중가보다 낮아지면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분양을 받아 아파트는 오히려 더 잘 팔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사장은 주택사업을 포함한 해외사업 진출에 대해서는 ‘기회만 있다면 언제든 간다’고 적극적인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해외는 국내경기 침체에 대한 대안으로 계속 검토해왔는데 아직 조심스럽다”며 “하지만 시장을 확실히 알고 ‘이거다’ 싶은 사업이 나온다면 언제든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순수 플랜트 부문은 당장 신설하기 어렵지만 기존에 비교우위를 유지해온 토목 분야는 대형 도시개발사업이나 복합개발을 통해 계속 확장할 계획”이라며 “이밖에 레저시설ㆍ타운하우스 등도 언제든 발굴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년 뒤 주택시장을 전망해달라는 말에 김 사장은 고령화 현상에 주목하라고 했다. 그는 “향후 5년 뒤까지는 주택의 총 수요가 어느 정도 유지되겠지만 10년 뒤라면 고령화에 따라 인구구조와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총 수요는 감소하고 형태는 다양하게 표출될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정책도 아마 획일적이고 전면적인 규제보다 변화된 상황에 맞는 차별적인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참여정부를 이을 차기정부의 건설 및 부동산정책에 참고할 수 있는 정책조언을 해달라는 부탁에 김 사장은 “정책이 정치적 색깔로 인해 너무 좌지우지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도 주택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고 기업들도 주택사업 기간이 자꾸 길어지면 리스크에 노출돼 사업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며 “정책의 키워드는 언제나 일관성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경영철학과 스타일 - 안정 성장·혁신적 개척정신 중시 김정중 현대산업개발 사장은 건설업계에서 한 우물을 파온 사람이다. 최근 주택시장에 불황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지만 그는 "하나도 안 겁난다"고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철저하게 준비했는데 무엇을 더 걱정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그의 목소리에는 과거 '현대아파트' 시절부터 30년간 쌓아온 경험과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는 회사의 비전을 'Leading developer & Value Innovator'라고 소개하면서 회사의 비전이 곧 그의 경영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안정적인 성장도 중요하지만 업계 선두로서 혁신적인 개척정신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상시적인 리스크 매니지먼트(위험관리) 체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겉으로 보면 황소처럼 무뚝뚝하게 일만 할 것 같은 김 사장이지만 직접 대화를 나눠보면 따뜻한 인간미를 느끼는 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가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에게 권한 책은 차동엽 신부가 쓴 '무지개 원리'. 건설회사와 무지개라.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더니 "워낙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집사람이 권해서 할 수 없이 읽었는데 내용이 좋더라고…"하며 웃었다. 그는 저자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강산이 세 번 바뀔 동안 그가 한눈 팔지 않고 건설업만 매진한 것도 긍정적 사고의 힘이었으리라. ◇약력 ▦43년 충남 논산 출생 ▦61년 대전고 졸업 ▦66년 한양대 건축공학과 졸업 ▦77년 현대산업개발 입사 ▦2001년 현대산업개발 부사장(건축본부장ㆍ영업본부장) ▦2004년 현대산업개발 사장(영업ㆍ건축ㆍ상품개발 담당) ▦2006년 현대산업개발 사장(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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