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원 주도 의도 뭐냐" 업계, 곱지않은 시선사기방지시스템 확대 놓고도 이견
모델별 자동차보험료 차등화를 둘러싸고 손해보험업체와 보험개발원간 미묘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모델별 자동차보험료 차등화란 배기량이 같더라도 차량의 안전도와 수리용이성 등에 따라 보험료를 달리 적용한다는 것으로 미국ㆍ유럽 등에서 널리 시행되고 있다.
'안전한 차를 만드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얻기 위한 자동차메이커들의 경쟁으로 차량의 안전도가 높아지고 사고 피해도 적어질 수 있다는 게 이 제도의 최대 효과로 꼽힌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제도 도입 자체는 수긍하지만 도입 과정에 대해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부 당국이 아닌 보험료율 산출기관인 보험개발원이 이 사안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2년전부터 줄기차게 거론됐던 모델별 보험료 차등화는 지난 12일 임재영 보험개발원장이 "모델별 자동차보험료 차등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밝히면서 다시 공론화됐다.
손보업계는 정부나 금융당국의 권한인 요율 결정을 개발원이 담당하겠다는 것은 업계 위에 군림하는 또 하나의 상전이 생기는 격이라는 입장이다.
손보사의 한 자동차보험부장은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않은 사안인 차등화 문제를 금융당국이 아닌 보험개발원에서 주도한다는 것은 보험개발원의 위상 강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이를 위해 보험개발원이 이 문제에 사활을 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보험료 차등화를 위한 자동차 평가 및 등급 결정은 보험개발원 산하 자동차기술연구소에 맡게 되며 이럴 경우 보험개발원은 손보업계는 물론 자동차메이커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보험개발원이 모델별 보험료 차등화에 의욕을 보이고 나서자 당초 반대했던 금융감독원도 슬그머니 입장을 바꾸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료율의 공정성과 차량 안전성 향상을 위해 필요한 제도"라며 "보험개발원이 관련 자료를 제출한 후 이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최근까지 금감원은 지역별 보험료 차등화가 더 시급한 문제이며 모델별 차등화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해 왔다. 손보업계는 금감원이 금감원 국장 출신인 임 개발원장을 위해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뿐 아니다. 보험사기 방지 시스템의 적용대상 확대를 놓고도 업계와 개발원은 이견을 보이고 있다. 개발원은 적용대상을 생ㆍ손보업계에서 농협ㆍ수협 등 공제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맞서 손보업계는 시스템 불안 가능성을 들어 반대하는 입장이다.
특히 정보유출과 비용 부담을 이유로 보험개발원에 대해 계약관련 정보 제공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개발원은 이에 대해 "자동차기술연구소 설립 목적 중 하나가 자동차보험료 차등화"라며 "위상 강화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펼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태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