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건축기행 건축은 문화다] <18> 안양 보장사 영각당

신호근(넥스트건축 대표)<br>종교건물 공간에 현대적 美살려



‘안양예술공원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과거 무질서한 유원지의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자연과 문화예술의 조화로운 ‘보고’로 떠오르고 있는 안양예술공원. 국내외 거장들의 독특한 건축물과 설치예술 작품들이 일상에 지친 시민들을 반기는 공간이다. 공원 초입에 자리잡은 보장사 영각당 역시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건축물이다. 요즘 ‘혐오시설’ 리스트의 맨 위에 오르내리는 봉안당(납골당)이지만 예술공원 내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영각당은 보장사 대웅전으로 오르는 계단의 양 옆에 봉안동과 관리동의 2개 건물로 나뉘어 들어서 있다. 원래는 가파른 경사의 계단만 덩그러니 놓여 있던 자리였으니 없는 땅을 만들어 건물을 앉힌 셈이다. 승복처럼 투박한 질감의 잿빛 돌로 둘러진 원통형 건물이 가파른 계단의 불안감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준다. 어둡고 음울할 것이라는 막연한 예상과 달리 영각당 내부의 느낌은 더없이 밝고 따뜻하다. 중앙의 커다란 원형 유리 천장을 통해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덕분이다. 동서남북 구분 없이 방사형으로 배치된 각 봉안실은 마치 불교의 윤회사상을 드러내는 듯하다. 혐오시설이라는 편견을 부끄럽게 하듯 직접 봉안실까지 들어가 납골단마다 걸려 있는 화환과 사진들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납골당이라는 사실을 깨닫기가 어렵다. 영각당의 원형 건물 외부는 계단 위 대웅전 마당으로 이어지는 나선형의 램프 길이 두르고 있다. 램프 길의 초입은 건물에 가려 어둡지만 천천히 길을 타고 올라갈수록 점점 밝아지며 넓은 세상을 조망할 수 있다. 속세를 뜻하는 산중 오솔길을 걸어 극락과의 경계인 일주문과 사천왕문을 거쳐야 대웅전에 이를 수 있는 과정을 짧으나마 영각당 램프 길에 담았다는 게 설계자의 설명이다. 신호근 넥스트건축 대표는 “목재만을 사용해 한옥을 흉내내는 데 집착하기보다는 종교 건물의 공간 흐름과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외관은 화려하지만 금세 싫증나는 건축보다는 빛과 그림자, 그리고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담긴 공간을 만드는 것이 좋은 건축”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