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2010 한국건축문화大賞/민간부문 대상] 탄허 대종사 기념 박물관

전통 사찰 현대적 해석…경건함 물씬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은 불교 건물이지만 전통 사찰 건축 방식을 탈피해 직사각형 형태의 모던하면서도 단아한 건물로 설계됐다.

박물관으로 진입하는 입구는 좌측에 108개의 기둥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108번뇌를 뒤로하고 수행의 길로 들어가라는 뜻이다.


설계자 이성관 한울건축 대표

서울 강남 자곡동 지하철 수서역에서 분당 방향의 골목으로 5분 가량 올라가면 대모산 기슭에 자리잡은 탄허 대종사 기념 박물관이 나타난다. 이 지역은 서울 강남에 위치해 있긴 하지만 그린벨트 지역이라 새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주변 환경은 쾌적한 편이다. 야트막한 오르막에 자리잡은 박물관은 전체적으로 직사각형 모양의 단아한 외관을 갖추고 있다. 맨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건물 외관을 뒤 덮은 불교의 경전이다. 불교 경전을 대중에게 알리는 일에 평생을 바쳤던 탄허 스님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지어진 건물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졌다. 박물관 부지의 1층은 근린생활 시설 등과 접해 있어 필로티로 처리해 주차장으로 만들었다. 지상 2층에 있는 대강당으로 접근하는 주 진입로는 일상에서 수행으로 떠나는 일종의 관문이다. 건축가는 문으로 들어가는 길 옆에 줄지어 늘어선 108개의 기둥을 만들었다. 108 번뇌를 뿌리치고 수행의 문으로 들어가라는 암시다. 지상 2층 대강당에 들어서면 북측으로는 수공간과 함께 대모산이 힐끗 보인다. 남측으로는 자신이 지나온 108개의 기둥 너머로 저 멀리 도시적 풍경과 만나게 된다. 도시와 자연이 맞닿는 가변적인 공간 속에 수행과 배움을 위한 강당이 자리한 것이다. 3층에 자리한 전시공간과 예불공간으로 연결되는 계단은 두 번째 관문이다. 단순히 상하부를 연결하는 계단에 아니라 옆으로 또 한번 줄지어선 기둥들이 또 다른 공간으로의 변화를 예고 한다. 3층에 올라가면 은은하게 스며드는 햇살 속에 석불이 보인다. 이는 전통 사찰에서 대웅전에 진입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적 건물 안에서 불교 사찰의 경건함이 물씬 풍긴다. 설계자는 이 밖에도 건물 외관에 다양한 '전통의 현대적 해석'을 시도했다. 건물 외관 좌측 상단에는 형형색색의 단청도 볼 수 있다. 단청은 원래 목조건물에 여러 가지 빛깔로 무늬를 그려 아름답게 장식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이 건물에서는 철근 콘크리트 건물에서도 단청이 은근한 조화를 발휘한다.
"상 받으면 내가 좋은 것보다 작품이 주목받아 뿌듯"
인터뷰- 설계자 이성관 한울건축 대표 "전통적 사찰을 재해석해서 현대적 건물 안에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성관 ㈜한울건축 대표는 건축문화대상과 인연이 깊은 건축가다. 2008년에는 사회공공부분에서 대통령상(숭실대학교 조만식기념& 웨스트민스터홀)을, 지난해에는 일반주거부분에서 대통령상(반포 577)을 받았다. 올해 탄허 대종사 기념박물관으로 민간부분에서까지 대통령상을 받으면서 훌륭한 건축가는 전공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이번 작업이 결코 쉽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오르막에 자리잡은 건물 부지와 불리한 여건의 주변 인접시설들, 그리고 그린벨트 지역에 따른 높이ㆍ면적 제한 속에서 단순한 박물관의 기능 뿐 아니라 강학 공간, 불당 등의 기능이 추가로 요구됐기 때문이다. 그는 "대중들이 불교를 쉽게 배워야 한다는 탄허 스님의 유지를 건축물에 반영하면서도 다양한 전통적 사찰의 모티브를 현대적 건물에 녹이기 위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건물 전체를 모던하게 꾸미고 대중들이 모이는 강학 공간인 2층 대강당을 무겁지 않고 경쾌한 느낌이 들도록 만든 것은 이 같은 고민에서 나온 설계다. 다만 3층의 예불공간과 건물 외부의 단청 등을 통해 전통 사찰의 경건함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는 3년 연속 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 담백한 수상소감을 내놨다. 그는 "상을 받으면 내가 좋은 것보다는 그 작품이 주목 받고 사랑 받는 작품이 되기 때문에 기분이 좋다"며 "이 건물은 탄허 스님의 유지를 기리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