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6월 5일] 올림픽 앞둔 '짝퉁천국' 중국

“특A급 시장으로 가시겠어요 C급 시장으로 가시겠어요?” 중국의 유명한 짝퉁 시장을 한번 가보고 싶다는 여행객들에게 현지 가이드들이 가장 먼저 던지는 말이다. 특A급이란 진짜 물건과 진배없는 고급(?) 물건, C급이란 한눈에 가짜임이 티가 나는 조악한 물건을 뜻한다. 특A급 가짜 명품을 파는 가게는 우리가 생각하는 점포가 아닌 일반 가정집. 아파트 단지입구에서 기다렸다가 주인을 따라 들어가면서 느끼는 긴장감이 색다르다. 가정집에 들어서면 일단 손님 뒤로 현관문부터 잠근다. 100㎡ 남짓한 거실에는 웬만한 명품 가방과 구두ㆍ시계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점원은 특A급과 C급 짝퉁의 차이를 바느질 땀 수까지 세어가며 상세히 설명한다. 짝퉁이라고 하지만 특A급 가방의 가격은 우리나라 돈으로 20만~40만원 수준. 결코 만만치 않다. 특A급 시장이 이렇게 비밀스럽고 가격이 비싸다면 C급 시장의 시끄러운 호객행위와 밀고 당기기식 흥정은 이곳을 방문한 해외 관광객들에겐 큰 재미다. 대형 쇼핑몰 층마다 피혁류에서 전자제품까지 다양한 짝퉁이 구비(?)돼 있고 가게에서 발걸음을 돌릴 때마다 점원이 손님을 잡기 위해 뭉텅뭉텅 깎아내려 부르는 가격은 결국 1만~2만원까지 내려앉는다.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정부가 ‘짝퉁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지만 중국을 방문한 관광객은 이전과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짝퉁 시장은 오히려 올림픽을 앞두고 불어난 관광객에게 빼놓을 수 없는 관광 코스로 이름을 날리고 있을 뿐이다. 중국 안에서의 얘기만도 아니다. 중국의 짝퉁 상품은 국경을 넘어 우리나라에서도 공공연히 유통된다. 서울 남대문에 위치한 대형 백화점 명품관 1층 쇼윈도에 걸린 상품의 인기에 따라 길 건너 짝퉁 시장 매출이 오르락내리락 영향을 받는다니 말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가 짝퉁을 사는 이유는 진품을 대체하려는 목적보다 단순히 ‘재미 있어서’라고 한다. 하지만 생활 속에 재미로 스며든 짝퉁은 나아가 가짜만두나 가짜달걀로 건강을 위협하고 디자인과 기술을 공들여 개발한 업체에 치명타를 입혀 산업을 좀먹게 한다. 가짜에 관대한 대가는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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