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쟁력 강화 선택한 노동법(사설)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갈등과 진통이 거듭되는 우여곡절 끝에 가닥이 잡혔다. 노사관계 개혁작업이 노개위에서 정부의 손으로 넘겨진 후에도 파견근로제, 대체근로제, 복수노조, 노조전임자 무임금, 교원의 단결권등 쟁점사항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부처끼리의 대립으로 혼선을 빚어왔다.이번에 정부가 대폭 손질한 내용은 국가경쟁력 강화에 무게 중심을 둔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의 당초안은 어정쩡한 절충안으로 노사 어느쪽도 만족하지 못하면서 추락하는 경쟁력 회복이나 기업생산활동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노사관계 개혁 작업은 어느 한쪽의 주장이나 이해에 맞춰 기울어서는 안되는 문제다. 선택이 있다면 그것은 오직 국가경쟁력 강화와 국민경제 발전의 틀을 다지는 길뿐이다. 우리는 지금 21세기에 선진국이 되느냐 아니면 영국이 경험했던 것 같은 속병을 앓다가 주저앉느냐 하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이다. 노동관계법은 그동안의 양보나 이해가 없는 세력 대결 양상으로 미뤄보아 어차피 노사양측이 똑같이 만족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양쪽에 떡 하나씩 얹어주기식으로 미봉하는 수준으로는 개혁도 안될 뿐 아니라 국가적 과제인 경쟁력 강화를 오히려 후퇴시키게 된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에 정부가 정리한 쟁점사항의 방향은 옳다고 믿는다. 파견근로제와 대체근로제는 정리해고제나 변형시간 근로제와 함께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제도다. 많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허용되고 있고 더욱이 파견근로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사실상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복수노조도 상급기관은 허용하고 기업별 노조는 당분간 유보키로 했다. 노조의 난립은 노로간의 선명성 경쟁과 노사교섭의 난맥을 초래, 노사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위험이 크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은 가능한 한 이른 기간 안에 폐지하는게 당연하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기업이 노조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조합비에서 지급한다. 노조의 선명성이나 자존심을 위해서도 스스로 보조를 거절하는 편이 타당하다. 우리는 아직 국제적 기준이나 선진국의 틀을 따를 처지가 아니다. 그들과는 문화 관습이 다르고 경제력 수준도 다르기 때문이다. 선진국 기준을 따른다고 해서 우리가 노동선진국이 되는 것이 아니고 더욱이 선진국 수준의 경쟁력을 보장받지도 못한다. 선진국 흉내내기는 위기를 자초할 뿐이다. 생산성을 뛰어넘는 임금상승, 해마다 되풀이되는 파업, 세계 최고의 고임국가, 그래서 경쟁력은 추락하고 외국인 투자는 줄면서 국내기업의 해외탈출은 러시를 이루고 있는게 우리의 실상이다. 샴페인을 일찍 터뜨렸다는 외국인의 비아냥을 허투로 흘려버릴 일이 결코 아니다. 정부가 노동법 개정과 함께 해야 할 일은 물가안정과 근로자 삶의 질을 높이는 노력이다. 실질적 근로자 재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와 세제의 손질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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